그에겐 출마가 ‘큰 결단’일지 몰라도 대다수 국민에겐 배신과 부도덕의 극치로 비친다. 자신을 두 번이나 대선 후보로 뽑아 준 당에 어떻게 그런 식으로 비수를 꽂을 수 있는가. 2002년 대선만 해도 경위야 어떻든 한나라당은 그의 당선을 위해 노력하다 ‘차떼기 당’이란 오명까지 얻었고, 일부 당직자는 감옥에도 갔다. 그런데도 그는 어떤 책임도 지지 않았다. 한나라당은 그가 다치지 않도록 애를 썼다. 그런 당에 보답은 못 할망정 이 무슨 몹쓸 짓인가.
이 전 총재는 좌파 정권의 종식 운운하지만 그의 출마는 보수 세력을 갈라놓음으로써 좌파 정권의 연장을 도울 수 있다. 정치 지도자로서 무능하고 오만해 ‘좌파 10년’을 초래한 당사자가 반성은커녕 보수의 분열을 통해 좌파 정권의 재집권을 돕게 된다면 이보다 더한 자기부정이 있을 수 없다.
그는 출마의 명분으로 한나라당 대북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지만 궤변일 뿐이다. 과반수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는 한나라당이 갑자기 좌파로 둔갑이라도 했단 말인가. 그의 대북정책은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의 대북정책과도 큰 차이가 없다. 그가 국기(國基)를 걱정하고 있다지만 한나라당이나 이 후보는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정한 적이 없다.
이 전 총재가 어떤 말로 포장하든 모든 것은 노욕(老慾)과 비겁한 기회주의에서 비롯되고 있다. 민주적 경선 절차에 따라 한나라당의 공식 후보가 선출됐는데도 불구하고 ‘낙마 가능성’을 들먹이며 독자 출마하겠다는 것은 자신의 권력욕을 충족해 보겠다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오죽하면 범여권에서조차 그의 출마를 “역사의 코미디”라고 하겠는가.
한 사람의 대통령병(病) 때문에 민주주의 원칙과 정당정치의 근간이 무너지고, 선거판이 패거리 짓기의 구태(舊態)에 휩싸이게 된다면 불행한 일이다. 이 전 총재 같은 사람만 있다면 앞으로 누가 경선에 나설 것이며, 누가 꼬박꼬박 당비 내고 정당 활동을 하려 하겠는가. 그가 출마를 하더라도 유권자인 국민이 현명하게 판단해야 한다. 좌파 정권으로 인한 국격(國格)의 위기, 국정의 혼란, 민생의 피폐는 지난 10년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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