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풍수지리 전문가의 제자를 사칭해 묏자리를 소개해 주고 그 대가로 수천만 원의 돈을 받았더라도 소개해 준 묏자리가 풍수지리학상 명당에 해당한다면 사기죄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5단독 박영래 판사는 풍수지리 연구의 대가 고 장익호 선생의 제자를 사칭하면서 묏자리를 소개해 준 대가로 왕모 씨에게서 7000만 원을 받은 혐의(사기)로 불구속 기소된 전모(50)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6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전 씨는 장 선생을 찾아가 풍수지리에 관해 몇 번 물어본 적이 있을 뿐 체계적으로 장 선생을 사사한 것이 아닌데도 장 선생의 제자인 것처럼 행세한 것은 사칭에 해당한다”며 “그러나 당시 피해자 왕 씨는 풍수지리 분야에서 장 선생이 어떤 존재인지 몰랐기 때문에 장 선생의 제자라는 이유로 전 씨를 풍수지리 전문가로 인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전 씨가 풍수지리 전문가로 인정받을 만큼의 실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풍수지리에 대해 일반적 수준 이상의 체계적인 지식은 갖고 있다”며 “전 씨가 소개해 준 자리가 풍수지리적 관점에서 좋은 자리인 것은 맞기 때문에 처음부터 전 씨가 전문 지식 없이 왕 씨를 속이려 했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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