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구속된 전군표 국세청장의 사표가 수리된 7일에도 청와대는 당당했다. 전 전 청장 사건에 대한 청와대 견해를 밝히겠다고 예고했던 청와대 브리핑은 ‘변명 브리핑’이나 다름없었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전 전 청장이 혐의 사실을 부인한다는 이유로 방치해 사태를 악화시켰다’고 지적하자 “검찰이 청와대에 일일이 보고하지 않는다”는 이상한 논리를 폈다.
천 대변인은 “검찰의 수사 상황이 일일이 보고되지 않기 때문에 민정수석비서관실도 알지 못했을 것”이라며 “청와대는 강제적인 수사권을 갖고 있지 않아 원칙에 맞는 일을 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실은 국가정보원, 검찰, 경찰, 국세청 등의 정보보고를 통해 각종 상황을 파악하고 대책을 만든다. 본인 동의를 받아 통화 내용을 조회할 수도 있다. 청와대는 수사권이 없다고 항변하지만 검찰과 경찰에 수사를 하명할 수 있다. 그런데도 천 대변인은 민정수석실의 ‘고장 난 시스템’을 옹호했다.
천 대변인은 “고위 공직자의 의혹이 불거질 때 사표를 받으면 청와대로서는 편할지 모르지만 감당할 것은 감당하고 선진사회로 가자는 것”이라며 ‘원칙론’을 내세웠다.
그러면서 검찰 수사에 대한 불신도 나타냈다. 그는 전 전 청장의 구속에 대해 “유감”이라면서도 “법원의 판단이 남아 있다”는 ‘조건’을 달고, “구속 가능성이 높았다고 모두가 보지는 않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8월부터 3개월여 만에 대통령의전비서관, 대통령정책실장, 국세청장 등 대통령의 핵심 측근 3명이 줄줄이 구속됐지만 청와대는 잘못이 없다는 태도다. 약속했던 노무현 대통령의 사과는 물론 민정 및 인사라인 실무자의 문책도 당연히 없다고 한다.
대통령 지근거리에서 탈세 사례금을 받고, 애인을 위해 특별교부세를 쓰고, 취임 첫날부터 집무실에서 부하 직원한테 용돈을 받은 대통령 측근들이 당당한 것은 이런 청와대의 ‘뻔뻔스러움’에서 비롯된 일이 아닐까.
조수진 정치부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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