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주희]‘지방의원 의정비 갈등’ 정부가 풀어야

  • 입력 2007년 11월 9일 03시 01분


지방의회 의원의 연봉(의정비)을 대폭 올리기로 의정비심의위원회가 결정하자 많은 주민이 충격을 받은 것 같다. 의정비는 주민소득 수준, 공무원 보수인상률, 물가상승률 및 의정활동 실적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도록 돼 있으나 실제로는 이와 상관없이 결정해 시군구 의원은 평균 2700만 원, 시도의원은 4700만 원으로 책정돼 지급되고 있다.

지방의원들은 구체적인 자료를 제시하지 않은 채 현재의 의정비로는 왕성한 의정활동을 전개하는 데 턱없이 부족하다며 대폭 인상해야 한다는 데 한목소리를 낸다. 시민단체들은 내년 의정비 인상 폭이 최저 30%, 최고 100%를 넘자 비난하고 있다.

자치단체장은 의정비의 과다인상을 내용으로 하는 조례안에 대해 지방의회에 재의를 요구할 수 있지만 형식적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왜냐하면 위원회 구성 시 위원의 2분의 1을 추천했고 자치단체장과 다수 의원이 선거에서 같은 정당 추천을 받아 당선돼 의회가 사실상 같은 정당에 의해 지배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 선거를 대비해야 하는 자치단체장으로서는 같은 다수당 소속 의원의 고충을 외면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의정비와 관련한 불합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나서서 더 합리적인 시스템을 새롭게 구축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정부가 실시하는 재정 분석과 진단자료를 활용해 의정비를 더욱 세분화 또는 차등화하는 기준을 마련하고 지방의원의 겸직과 겸업의 범위를 새로이 정할 필요가 있다.

한편 유급직 지방의원은 주민 복리 증진을 위해 적정한 정책을 적시에 개발해 결정하고 이에 필요한 조례의 제정이나 개정 활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해야 한다. 지방행정에 대한 사무 감사나 조사권을 철저하게 행사해 자치단체의 자원을 낭비하는 사업이나 정책은 과감하게 폐지해야 한다.

무엇보다 예산 심의를 제대로 해서 주민이 내는 세금을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쓰도록 철저히 감시하는 등 지방의회의 구체적인 실적을 보여 줘야 한다.

‘밥값을 톡톡히 하는 지방의원’이 많아진다면 주민들은 합리적 수준의 의정비 인상을 결코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이주희 지방혁신인력개발원교수 한국지방자치학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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