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원자력 共生시대 여는 경주 방폐장

  • 입력 2007년 11월 9일 03시 01분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처분장인 ‘월성원자력환경관리센터’가 오늘 경북 경주시에서 첫 삽을 뜬다. 1986년 정부가 후보지를 물색하기 시작해 21년 동안의 우여곡절 끝에 착공되는 방폐장이어서 여러 모로 감회가 깊다.

지구 온난화와 유가 상승에 따른 에너지 위기로 원자력은 르네상스를 맞고 있다. 지구의 에너지 수요는 앞으로 25년 동안 60% 증가하리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어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에서도 쉽게 멈출 성 싶지 않다. 세계 에너지 수요 공급의 격차를 메울 수 있는 경제성 있는 대안이 바로 원자력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그제 발표한 ‘세계 에너지 전망’ 보고서에서 ‘각국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더라도 2030년까지 배출량은 25%가량 늘어날 것’이라며 암울한 전망이 실현되는 것을 막으려면 원자력발전에 더 투자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원자력이 지구 온난화에 대한 유일한 해답은 아니지만 원자력 없이 해답을 구하기는 어렵다.

세계는 한동안 홀대했던 원자력으로 정책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미국 캐나다 영국 프랑스 등 전통적 원전 강국은 물론이고 중국 터키 인도네시아 베트남도 원전 건설에 뛰어들었다. 체르노빌 사고의 악몽을 겪은 러시아마저도 향후 20년간 30개의 원전을 추가로 건설할 계획이다. 탈핵(脫核)정책의 선두에 섰던 독일도 원전 폐기 재검토를 시작했다.

원자력이 환경과 안전에 미치는 리스크를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 비행기가 100% 안전하지 않은 것처럼 원자력도 100% 안전하지는 않다. 그러나 체르노빌과 미국 스리마일 섬 발전소 사고 이후 원자력의 안정성을 높이는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경주 방폐장 착공으로 원자력발전의 큰 걸림돌 하나가 제거됐지만 큰 문제가 하나 더 남아 있다. 사용 후 핵연료의 재활용을 비롯한 고준위 방폐장의 설립이 그것이다. 원자력 반대운동 단체들도 비현실적인 주장을 접고 원자력과 공생(共生)하는 길을 찾아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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