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전 대표는 이 씨의 출마에 대해 분명한 견해 표명을 하지 않으며 이 후보와 이 씨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는 것처럼 비친다. 국회 개근으로 유명한 그가 대정부 질문에 이틀 연속 불참한 것도 난처한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라는 관측이 나온다. 당 대표까지 지낸 사람으로서 한나라당이 어려울 때 계속 침묵하고 있는 것은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그는 이미 “경선 결과에 승복하겠다”고 선언한 만큼 합법적으로 선출된 당의 대선 후보를 지지해야 할 의무가 있다. 주저하지 말고 다시 한번 이 후보의 당선을 돕겠다고 선언해야 한다. 그것이 경선의 아름다운 마무리이자, 자신을 지지해 준 당원과 국민에 대한 도리다.
박 전 대표는 이 씨에 대해서도 “잘못됐다”고 분명하게 말해야 한다. 그의 출마에 대해 다수 국민이 원칙과 상식을 무시한 정당정치 파괴 행위로 규정했다. 그런데도 박 전 대표만 가만히 있는 것은 보기에 안 좋다. 이 씨는 출마 선언에서 “박 전 대표와 언젠가 서로 뜻이 통할 날이 반드시 있을 것”이라고 했는데 박 전 대표는 이 말에 대해 분명히 선을 그어 주어야 한다.
박 전 대표의 어정쩡한 태도나 이 후보와의 알력을 내년 총선을 놓고 벌이는 당권경쟁으로 보는 사람도 많다. 사실이라면 불행한 일이다. 두 차례의 대선에서 연거푸 패하고 10년간 절치부심했다는 당이 고작 이 모양이라면 미래가 어둡다. ‘좌파정권 종식’을 시대적 과제라고 주장하면서 지분 다툼이나 하고 있어서야 그 당을 누가 대안세력으로 보겠는가. 당을 위해서나, 박 전 대표 자신의 정치적 미래를 위해서도 정도(正道)를 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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