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입시문제까지 규제 간섭하는 ‘교육 관치(官治)’ 아래서 우리 대학들이 창의와 경쟁을 극대화하는 세계의 대학들과 겨루기란 애당초 무리다. 작년 4월 한국대학신문이 교수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학경쟁력 강화 방안’ 설문조사에서 ‘대학 자율성 강화와 정부 간섭 최소화’가 1위로 나온 것은 당연하다.
3불(不)정책을 비롯해 내신반영 비율 향상, 논술 가이드라인, 등록금 인상 규제, 로스쿨 정원 배정에 이르기까지 정부가 대학의 손발을 꽁꽁 묶고 있으니 경쟁력 향상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런데도 대학입시를 없애 대학을 사실상 평준화하겠다는 시대착오적 공약을 내놓은 대선 후보도 있다.
이번 세계 대학 평가에서 미국 하버드대가 4년째 1위를 지켰고 영국 케임브리지대와 옥스퍼드대, 미국 예일대가 공동 2위를 기록했다. 반면 국가가 대학을 소유 또는 관리하고 있는 나라의 대학들은 경쟁력이 떨어졌다. 독일 하이델베르크대가 60위를 차지한 게 최고일 정도다. ‘대학 위의 대학’이라는 프랑스 그랑제콜(엘리트 양성 특수대학)도 26위에 그쳤다. 영미(英美) 대학과 유럽대륙 대학의 차이는 자율 및 경쟁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다.
대학들의 자구(自救) 노력도 절실하다. 교수 임용 비리와 집단적 폐쇄성, 교수들의 권력 지향 등 대학사회 스스로 안고 있는 문제가 한둘이 아니다. 이에 대한 개혁 없이 세계적 대학은 기대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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