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수영]고유가 시대, 자전거 타기가 대안이다

  • 입력 2007년 11월 12일 03시 00분


작가 김훈은 달랑 자전거 한 대로 아날로그 방식의 여행을 했다. 필자도 자전거를 타고 3km 정도의 거리를 출퇴근한다. 요즘처럼 고유가 시대에 자전거는 더없이 이용하기 좋은 교통수단이다.

제2차 세계대전 전후만 해도 자전거는 생계수단으로 중요한 품목이었다. 1948년 제작된 이탈리아 영화 ‘자전거 도둑’은 자전거를 잃은 주인공이 가족의 생계를 꾸리기 위해 자전거 도둑이 되는 암울한 시대상을 그렸다. 이처럼 생계수단으로 쓰였던 자전거는 화석연료를 태우지 않아 대기를 오염시키지도 않고 동물의 노역을 착취하지도 않는 그야말로 정직한 교통수단이다. 자전거는 오로지 그 위에 탄 사람의 힘으로만 굴러간다. 승용차의 속도와 편리함에 길들여진 요즘 사람들에게 자전거를 타자는 이야기는 다소 진부하게 들릴 수도 있다.

근대문명비평가 이반 일리히는 그의 저서 ‘행복은 자전거를 타고 온다’에서 자전거를 엄청난 낭비와 비효율로 과부하가 걸린 고속문명의 대안으로 제시했다. 나아가 인간의 생활공간과 생활시간 사이의 조화를 깨뜨리지 않는 이상적인 교통수단으로 규정했다.

정부는 최근 교통체증과 대기오염, 고유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전거 이용 활성화 종합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일정 규모 이상 건물을 신축할 때는 자전거 보관대를 설치하도록 하고, 공무원들이 가까운 거리를 출장 갈 때는 자전거를 이용하도록 하는 ‘업무용 자전거 제도’도 도입하기로 했다는 소식은 반가운 일이다.

자전거 붐은 우리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추세다. 일본의 자전거 타기 생활화는 벤치마킹 대상이다. 일본은 세계적 자동차 왕국이지만 세계적인 자전거 왕국이기도 하다. 선진 각국은 저마다 자전거의 보급률을 높이고 자전거 전용도로를 확충하고 관련 법령을 정비하고 있다. 일본 25%, 독일 26%, 네덜란드 46% 등의 수송분담률에 비해 우리나라는 어떤가. 겨우 3%다. 정부는 2015년까지 자전거의 수송분담률을 현 3%에서 10%로 높이겠다고 한다.

최근 자전거를 레저용뿐만 아니라 출퇴근 교통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어 고무적이다. 자전거를 타면 산소 소비량이 많아져 심폐기능이 향상되고 정신건강에도 좋다. 또 칼로리 소비량이 많아 비만 방지에도 효과가 있고 근육의 긴장을 적당히 풀어줘 스트레스 해소에도 한몫한다.

자전거 출퇴근은 국가 차원의 에너지 절약과 교통비 절감 등 경제적 효과 외에 환경오염 방지 등 다양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스피드에 익숙해져 있는 현대인의 삶에서 인간의 속도를 회복하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고유가시대를 맞아 에너지 절약이 절실한 때 자전거 타기를 적극 권하고 싶다.

김수영 에너지관리공단 에너지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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