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원병오]한반도 생태계 복원에 남북 힘 모아야

  • 입력 2007년 11월 12일 03시 00분


국토가 남북으로 긴 우리나라는 풍요로운 생물상과 자연생태계의 형성을 자랑해 왔다. 그러나 생태계 보전에 대한 인식 부족은 생태계의 건전성과 생물 다양성 저하를 초래했다. 아쉽게도 지난날의 쾌적한 마을 주변 생태계와 공존했던 전통적인 이용 관리 관습이 사라졌다. 자연보전 사업 역시 고정적인 목표나 단기적인 편익의 최대화를 지향하는 기법에만 의존해 생물 다양성의 보전, 지속적인 이용, 자연 복원 등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을 실현하기 위한 미래지향적 목표 설정에 대해서는 거의 무기력한 상태였다.

그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내 자연생태계에는 외래 동식물이 적지 않게 침입했고 경관은 단순하고 인공적인 모습으로 변모하고 있다. 어릴 적 흔히 보았던 생물이 멸종 위기의 종이 되어 사라져 가며, 자연에 뿌리를 내린 전통문화의 계승은 점점 불가능해져 가는 현실에 서글픔마저 느낀다. 손상되고 상실된 자연생태계의 기능을 어떻게 되살리느냐가 시급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손상된 생태계를 복원하여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일이야말로 21세기 인류의 최우선 과제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생물 다양성의 보전과 지속적인 이용’과 ‘건전한 생태계의 유지’라는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생태계 복원 방안이 세계적으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생물주권선포를 통해 국가전략을 새로이 정립하고 생태계 관리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된 점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이제 우리는 생태계가 매우 복잡하고 예측이 어려운 체계임을 인식하고 과학적인 대처 기법을 마련해야 한다. 따라서 올바른 국가적 차원의 전략 아래 새로운 환경정책을 정립해야 한다. 또 바람직한 미래상에 대한 과학적인 지침이나 구체적인 모델에 대해 심도 있는 고민과 논의가 필요하다.

필자는 농촌기반공사 산하 농어촌연구원이 조류의 도래지 복원사업을 설계하는 과정에서 수년간 기초 조사에 참여하면서 세계 각국의 연구기관과 복원사업 현장을 방문했다. 외국 학자, 정책담당자, 실무책임자와 만나 많은 내용을 배우고 확인했다.

가장 절실하게 느낀 점은 국내 생태계 현황의 지표가 될 만한 전국적 자료의 부족이었다.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조사를 통해 수집, 정리한 자료는 생태계 복원사업의 기본이다. 산림, 하천, 농지, 연안지역의 관리 실태에 대한 재평가와 전국적 규모의 생물자원 자산목록, 그리고 종별 또는 군집별 생활사를 면밀히 조사한 자료가 필요하다.

이런 자료는 국토 개발과 생태계 관리에 앞서 이뤄지는 철저한 사전 조사 및 평가의 과학적 근거가 된다. 또 개발의 부작용을 막을 대안을 미리 강구하고 준비하는 현실적 토대가 된다.

생태계 복원사업의 기초 개념을 터득하고 실행에 옮기는 데는 긴 시간과 수많은 인력이 필요하다. 정부 부처뿐만 아니라 비정부기구(NGO)의 활동 영역을 넓히고 민간 인력을 지원하는 일 역시 매우 중요하다.

한 가지 더 제안할 점은 비무장지대(DMZ) 자연생태계의 합리적인 보전과 관리를 포함해 한반도 전체의 생태계를 아우르는 남북한 공동 연구와 사업 추진이다. 북한에서는 수년 전부터 70세가 넘은 연구원이 현장으로 돌아와 동물학연구소 등에서 활동을 재개하고 있다고 들었다. 남북한에서 새로 양성되는 젊은 인재와 원로 연구자가 힘을 합쳐 한반도 생태계의 미래를 논하는 모습을 빨리 볼 수 있기를 바란다.

원병오 경희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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