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국책연구소의 연구위원이 최근 사석에서 ‘저출산 고령화’가 몰고 올 사회경제적 파장을 설명하던 중 30년 뒤를 상상해 보라며 건넨 말이다.
그때는 웃고 넘겼지만 저출산과 고령화는 이제 먼 미래의 일이 아닌, 현재의 문제로 우리 곁에 성큼 다가왔다.
통계청이 11일 내놓은 ‘2005∼2030년 장래 가구 추계 결과’는 세계에서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르다는 대한민국의 우울한 미래상을 거듭 확인시켜 준다.
추계 결과에 따르면 앞으로 저출산과 고령화로 가족 분화가 계속돼 2030년에는 혼자 또는 둘이 사는 가구가 절반이 넘는 51.8%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2인 가구는 올해 369만3000가구에서 2020년 484만4000가구로 늘어 전체 가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5.5%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같은 해 4인 가구 비율은 25.0%로 낮아진다. 통상적으로 가구의 개념으로 쓰이고 있는 ‘4인 가구’가 불과 13년 뒤에는 폐기돼야 함을 뜻한다.
1인 가구가 증가하는 현상은 사회적으로 더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혼자 사는 가구는 올해 329만8000가구에서 2030년 471만3000가구로 42.9% 늘어난다. 결혼하거나 자식을 입양하지 않는 한 이들은 늙어서 ‘독거(獨居) 노인’의 운명을 피하기 어렵다.
2005년만 해도 77만7000가구였던 65세 이상 고령 1인 가구는 2030년 233만여 가구로 3배로 늘어난다. 이 시기의 전체 가구 수(1987만1000가구)를 감안하면 12가구 중 한 가구꼴로 독거노인 가구인 셈이다.
정부는 저출산 및 고령화 시대에 대비해 국가 장기 전략인 ‘2030 비전’을 내놓고 대통령 직속으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까지 만들었다. 하지만 이렇다 할 해법을 찾았다는 말은 들리지 않는다. 고령화 사회에 대비한 필수불가결의 과제인 각종 연금개혁은 이해집단의 반발에 부닥쳐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다.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국가적 부담을 우리 사회가 너무 경시하는 것은 아닐까.
차지완 경제부 c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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