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민주화 이후 민정 민주 공화 3당 합당(1990년), 김대중(DJ) 신민당과 이기택 꼬마민주당 합당(1991년), 그리고 DJ와 김종필(JP)의 DJP연합(1997년)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처럼 노골적으로 원칙과 명분을 내팽개친 경우는 없었다. 올봄 이후만 보더라도 김한길 씨 등 열린우리당 탈당 세력이 박상천 대표가 이끌던 민주당과 6월에 합당해 중도통합민주당을 만들었고, 손학규 씨와 여권 외곽 세력이 급조한 미래창조대통합민주신당과 열린우리당 다수 세력이 8월에 합당해 대통합민주신당을 만들었다. 신당에는 잠시 민주당과 손잡았던 김한길 그룹이 다시 합류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신당과 민주당이 합당해 가칭 통합민주당을 만들겠다는 얘기다. 이런 것이 야바위꾼 행태가 아니라면 도대체 뭔가. 국민 기억력이라도 시험하겠다는 작태인가. 결국 ‘도로 민주당’을 만들어 지역주의 선거를 부추길 속셈이다.
민주당 박상천 대표는 DJ가 반(反)한나라당 연합을 독촉할 때 “특정 정당 반대를 명분으로 통합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다. 당명을 ‘반한나라당’으로 지으라는 얘기냐”며 반대했다. 이젠 뭐라고 변명할 셈인가. 이회창 씨처럼 “차일시 피일시(此一時 彼一時·지금은 지금이고 그때는 그때)”라고 둘러댈 참인가.
우리 헌법은 정당 설립의 자유를 보장하면서도 ‘국민의 정치적 의사 형성 참여’를 요구하고 있다. 신당과 민주당은 지금 국민의 정치적 의사 형성을 돕기는커녕 오히려 교란하고 있다. 아예 상습적이다. 한마디로 ‘개전(改悛)의 정(情)’이 보이지 않는다. 며칠 뒤면 이런 정당에 4분기 국고보조금(32억∼34억 원)이 나가고, 후보 등록(25∼26일)을 마치면 129억 원의 선거보조금이 따로 지급된다. 대국민 사기극을 펼치는 데 사용하라고 국민 세금까지 지원해야 하는 우리 국민이 딱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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