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7단이 구상한 첫 번째 공작이 흑 35. 백의 앞길을 막아 행마를 꼬이게 만들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 7단이 간과한 게 하나 있었다. 백이 배짱 좋게 손을 빼는 것이었다. 최기훈 초단은 백 36을 선수한 뒤 손을 빼서 하변의 요소인 백 38을 차지했다.
허겁지겁 달아날 것이라고 봤던 백이 ‘죽이든 살리든 마음대로 하라’고 하자 난감해진 건 이 7단. 백의 배짱을 응징해야 하는데 마땅한 수단이 눈에 띄지 않는다.
흑 35는 소리만 요란한 공포탄에 불과했다. 흑은 참고도 흑 1(실전 38의 곳)을 차지해 놓고 봐야 했다. 흑 5까지 흑의 행마가 실전보다 한결 부드럽다.
이 7단은 27분여간의 장고 끝에 흑 39로 굴복했다. 기분 같아서야 우변 백을 추궁하고 싶지만 어물거리다가 선수를 빼앗기면 끝장이다. 흑 57까지는 필연에 가까운 수순. 백이 58로 시원스럽게 탈출하자 백이 유망한 형세가 됐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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