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한 명품 ‘랜드마크’ 하나가 전 세계의 돈 많은 ‘문화 관광객’을 밀물처럼 끌어들인다. 일반 보통 관광객과는 씀씀이의 규모부터 다를 수밖에 없는 고소비 계층이 문화 관광객이다. 이들은 볼거리가 있는 한, 지구촌 어디든지 간다. 랜드마크 자체가 볼거리이기 때문이다.
이미 있는 과거의 세계적 문화 사적지라면 이런 사람들을 끌어 모으는 엄청난 관광자산이다. 그러나 사정이 다르다면 랜드마크를 새로 만들어서라도 관광객을 유치하고 후세에 물려주는 게 그나마 도리다. 글로벌 경쟁 시대 혼란기엔 진짜 명품인 ‘일류’와 가짜 짝퉁인 ‘아류’가 공존하기 마련이다. 많은 돌 속에 작은 옥(玉)이 들어 있어 ‘옥석구분’이 어렵듯 아류는 흔해도 일류는 드문 게 세상 이치다. 사이비(似而非)라는 말처럼 비슷한 건 가짜다. 어디선가 본 듯한 짝퉁 아류로는 세계인을 감동시킬 수 없다. 전혀 엉뚱한 것의 기상천외한 조화인 ‘창상력’이 각광받는 시대가 이미 코앞에 와 있다. 보통 생각으론 어림도 없는 망망대해 위에 인공 섬이 어우러져 중동의 두바이는 지구촌의 ‘깜짝’ 랜드마크로 등극했다. 두바이에 자극받은 바로 옆 아부다비는 두바이를 모방함은 물론, 문화 엔터테인먼트까지 무장해 세계 부자들에게 고가의 주택을 팔려는 국부 전략도 세웠다.
바야흐로 한국도 지자체나 기업을 중심으로 엄청난 규모의 프로젝트 봇물이 터졌다. 서울시와 부산시, 인천시는 초고층건물 높이 경쟁이고, 경기도는 미국의 테마파크인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벤치마킹하는 등 도쿄 롯폰기힐스 같은 초대형 콤플렉스와 리조트 개발에 열중하고 있다. 비록 벤치마킹은 늦었어도 창상력만은 앞서 가는 게 진짜 디자인이다. 그 누구도 해본 적 없는 생각이라도 ‘기상(奇想)’과 하늘도 해보지 못한 ‘천외(天外)’의 발상은 결국 겉모습과 색깔로 귀결된다.
외국인도 깜짝 놀라 나자빠질 정도의 발상은 짝퉁이나 아류에선 나오지 않는다. 치열한 예술혼의 ‘아우라’에서만 독창성이 비로소 속살을 드러낸다. 지명도를 앞세운 세계 최상급 건축가들의 명성에만 기대는 것도 금물이다. 문제는 독창적인 조형성의 디자인이다. 로댕의 조각 ‘생각하는 사람’을 세계 여기저기서 볼 수 있듯, 다른 나라와 다르지 않은 조형미를 굳이 비싼 돈 들여 한국에까지 와서 볼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뭔가 색다른 한국 정서가 넘치는 진짜 랜드마크가 될 때, 동북아의 허브 관광대국으로 거듭날 수 있다. “명품을 만드는 나라가 일류이고, 짝퉁이나 만드는 나라는 이류며, 짝퉁도 못 만드는 나라는 삼류다”라는 어느 외국 석학의 말은 앞으로 한국의 랜드마크 디자인의 좌우명으로 삼을 만하다. 정치적인 업적에만 집착하지 말고 기나긴 예술적 유산에 애착을 가져야 한다. ‘아류’론 결코 일류가 될 수 없다.
유한태 숙명여대 교수 디자인학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