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다가 각종 합의는 허점투성이다. 회담 과정에서 해주경제특구 건설, 철도 도로 개보수, 조선협력단지 건설 등에 돈이 얼마나 들지, 경제성은 있는지 따져 본 흔적은 어디에도 없다.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현지 조사를 끝내야 소요 재원을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견적도 뽑아 보지 않고 약속부터 했다는 고백인 셈이다. 이 정부는 임기 끝까지 이런 식으로 생색이나 내고, 그 뒤치다꺼리는 온통 차기 정부와 국민이 하라는 배짱이다.
성급한 합의도 문제다.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설치를 위한 세부 계획과 문산∼봉동 간 철도화물 수송 등의 합의는 결정적인 흠결을 갖고 있다. 27일 열리는 국방장관회담에서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둘러싼 이견이 해소되지 않고 북한 군부가 군사 보장을 거부하면 이들 합의는 휴지가 된다. 그런데도 이런 약속들을 한 것을 보면 내부적으로 이미 NLL을 양보하기로 결정한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든다. 사실이라면 국민이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정부는 ‘남북 평화번영’이라는 말을 앵무새처럼 반복하면서도 정작 평화를 가로막는 최대 걸림돌인 북핵 문제는 거론도 못했다. 납북자와 국군포로, 이산가족 문제 역시 한 걸음도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그런데도 노무현 대통령은 어제 북한 대표단과의 오찬에서 “여러분이 큰 선물을 주셨다”고 치하했다. 남이 북에 선물을 준 것은 틀림없지만 북이 남에 무슨 선물을 주었다는 말인가. 임기 말 정부의 무책임한 대북 어음 남발이 불러올 후유증이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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