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종의 성과급이니 뭐라 할 수도 없지만 MBC가 공영방송이라면 그 정도는 해야 한다는 기자들의 기대였으나 혼잣말에 그쳤을 뿐이다. MBC는 2004년 ‘대장금’ 때도 그들만의 잔치를 벌였다.
2003년 10월 당시 KBS 이종수 이사장이 재독학자 송두율 씨를 베를린에서 만나 귀국을 설득했다. 송 씨는 귀국 후 북한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 혐의로 논란을 불러왔다. 기자는 이 이사장을 취재하다가 “왜 남의 회사 일에 그렇게 관심을 두느냐”고 핀잔을 들은 적이 있다. KBS 구성원이 모두 그렇진 않겠지만, KBS를 공영방송이 아니라 ‘자기 회사’로 여기는 임원이 있다는 사실이 서글펐다.
최근 KBS 등 지상파들이 방송위원회의 지원에 힘입어 수신료 인상과 중간광고를 밀어붙이며 ‘공익’을 내세우고 있다. 수천억 원의 추가 수입을 공익에 사용하겠다는 논리다.
KBS는 수신료 인상 이유로 공영방송의 공익적 가치를 내세우고 있고, MBC는 노사 공동선언문을 발표해 “중간광고로 얻는 추가 재원으로 공익 실현에 힘쓰겠다”고 했다. 중간광고 허용에 앞장선 최민희 방송위 부위원장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지상파) 디지털의 공공성과 보편적 서비스 유지’ 등 ‘공익’을 강조했다.
그러나 앞의 두 사례처럼, 지상파들이 ‘공익 마인드’를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 의문이다. 방송을 오랫동안 담당해 오면서 지상파들이 공익보다 사익(社益)을 앞세운 사례를 수없이 봤기 때문이다.
KBS의 수신료 사용 실태가 단적인 사례다. KBS가 30여 년간(1973∼2006년) 받은 수신료 7조3185억 원 중 난시청 해소에 쓴 돈은 불과 2.2%다. 이 비율은 1994년 수신료를 전기요금에 통합한 뒤 더 떨어진다. 일례로 2002년 4820억 원의 수신료 중 난시청 해소에 0.5%(24억 원)만 썼다. 난시청 민원이 매년 1만5000건을 넘는데도 그 많은 수신료는 어디로 갔을까.
MBC SBS도 매년 수백억 원의 흑자를 내 왔다. 2000년 이후 7년간만 해도 흑자 총액이 각각 4202억, 4412억 원이다. 이들은 디지털 전환비 때문에 중간광고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그 많은 흑자가 어디로 갔는지 모르는 시청자들은 공익 마인드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하긴 100%에 가까운 재원을 광고에 의존하는 MBC를 공영방송이라고 부르며 절대적 공익을 요구하는 것도 합리적이지 않지만….
문제가 더 있다. 공익이 공공의 이익이라면 가장 큰 공익은 공공의 의견, 즉 공론을 귀담아듣는 것이다. 수신료 인상과 중간광고에 대한 공론은 “내부 경영 혁신부터 먼저 하라”는 충고다. 이 공론을 무시하는 지상파는 곧 공익을 훼손하는 것이다.
국회나 방송위는 지상파들의 빗나간 공익론에 솔깃하기 전에 그 내부의 공익 마인드부터 진단해 봐야 한다. 그게 없으면 수신료 인상과 중간광고는 특정 회사의 배불리기일 뿐이다.
허 엽 문화부 차장 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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