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예산 끼워 넣는 국회의원들 實名 공개하라

  • 입력 2007년 11월 21일 03시 00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새해 예산안을 심의하면서 지역·선심성 예산 2조900여억 원을 늘려 줄 것을 정부에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별도로 각 상임위가 증액을 요청한 3조5719억 원 가운데 1조 원 이상도 같은 성격의 예산으로 나타났다. 국회는 올해도 3조 원 이상의 지역·선심성 예산을 새해 예산에 끼워 넣은 것이다.

대통합민주신당 강창일(제주 북제주갑) 의원은 제주 세계자연유산 보존 관리비를 3억 원에서 300억 원으로, 한나라당 김기현(울산 남을) 의원은 울산과학기술대 지원비를 63억 원에서 1000억 원으로 늘려 달라고 요구했다. 정부의 낭비성 예산을 깎지는 못할망정 자신들의 연고지역에 뭉칫돈을 내려 보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국회의원들이 ‘힘자랑’을 하듯 이런 식으로 예산을 챙기는 것은 지역에 대한 봉사도 아니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 혈세로 벌이는 사전 선거운동에 불과하다. 정작 긴요한 민생법안들은 제때 처리하지 못하는 의원들이 연말이면 민원·선심성 예산 나눠 먹기에 여야가 따로 없다.

‘끼워 넣기’ 사업들은 정부의 예산안 편성 과정에서부터 타당성을 인정받지 못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정부 측 사업계획과 예산 배정도 부실하고 헤프다는 지적을 받는데 거기에 끼지도 못한 사업이라면 오죽하겠는가. 해당 의원과 이해 당사자들 사이에 유착 의혹이 있는 사업도 적지 않다. 국민이 이런 사업까지 세금으로 감당할 이유가 없다. 끼워 넣기를 한 의원들의 실명(實名)을 공개하고, 그 배경과 이유를 낱낱이 밝히도록 해야 한다.

미국 민주당은 올해 초 어떤 의원이 무슨 이유로 특정 예산을 삽입했는지 조목조목 공개함으로써 예산 끼워 넣기를 근절하겠다는 ‘의회 부패’ 청산 선언을 했다. 우리 국회도 이런 제도적 장치를 도입해야 한다. 아울러 국민도 “다른 의원들은 지역사업을 잘 챙기는데 우리 지역구 의원은 뭐 하나”라는 식으로 의원들을 압박할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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