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가 잘되려면 법보다는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돼야 한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상식에 거스르는 일이 잇따라 벌어진다. 5년 집권한 정치 세력은 지난 정책 실패를 반성하고 국민에게 사죄하며 몸을 낮추는 게 상식이다. 실정 책임을 세탁하려고 정치적 이합집산을 반복하면서 위장 정당 간판 뒤에 숨어 실정 책임을 모면하려는 위선은 상식이 아니다.
정당의 대선 후보 공천에서 당원의 의사보다 아리송한 여론조사 결과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일은 상식에 반한다. 대선 때마다 정당과 후보 간의 정책적인 차이를 무시하고 오로지 표 계산만으로 후보 단일화에 매달리는 현상도 상식은 아니다. 법과 원칙을 강조하면서 스스로는 이것을 무시하고 대선에 뛰어드는 일도 비상식이다.
비상식이 만연한 지난 5년
대선 때마다 범법자가 나타나 세 치 혀로 국민을 우롱하는 일도 상식에 어긋난다. 범법자 말의 진위가 사법적으로 가려지기도 전에 예단을 갖고 정치적으로 악용하려고 골몰하는 빗나간 정치 행태도 상식은 아니다. 또 동기가 의문스러운 ‘양심 선언자’가 삼성 비리를 폭로하면서 자신의 때 묻은 양심을 세탁하려는 일도 상식에 반한다. 하느님의 정의를 구현하겠다는 사제들이 시민단체가 해야 할 일에 나서는 것이 과연 성서적 상식인지도 의문이다.
글로벌 시대에 세계무대에서 활동하는 외교통상부가 ‘세계와 함께’하기 위해 찬성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유엔의 북한 인권결의안이 ‘오로지 친북’만을 앞세우는 청와대의 벽에 걸려 기권으로 변질된 일도 비상식이다. 더욱이 같은 유엔 결의안을 작년에는 찬성했다가 북한 인권상황의 개선도 없는데 1년 만에 기권으로 바꾼 것은 글로벌 상식에 반하는 일이다.
올해 무리하게 도입한 좌파적, 평준화 대학수학능력시험 등급제 때문에 총점에서 앞서는 수험생이 대학입시에서 오히려 피해 보는 현상도 상식과는 동떨어진 일이다. 예산안 심의에서 예산을 한 푼이라도 줄이려고 노력해야 할 국회의원이 자신의 정치적인 입지 강화를 노려 지역구 관련 예산을 터무니없이 증액하라고 떼쓰는 일도 상식이 아니다.
석 달 후에 물러날 정부가 북한과 총리회담을 하면서 국민과 다음 정부에 큰 경제적 부담이 될 선물 보따리를 안겨 주는 일도 상식에 어긋난다. 기자실 대못질과 국가 재정을 생각하지 않는 공무원 증원도 마찬가지다. 서민 편이라는 노 대통령이 퇴임 후 거처로 고향에 호사스러운 큰 집을 짓고 국민 세금으로 경관 미화를 위한 대규모 산림 조성을 하는 일도 상식은 아니다.
왜 이런 비상식적인 일이 줄줄이 벌어지는가. 국민은 먹고사는 일이 너무도 힘들다 보니 비상식에 둔감해지고 상식과 비상식을 가리는 분별력마저 잃었단 말인가. 모든 일에서 상식이 통하는 태평성대를 기대할 순 없다. 그래도 지금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비상식은 빨리 줄여야 한다. 상식이 통하지 않을 때 누구나 답답하고 짜증스럽다. 짜증의 반복은 스트레스로 쌓여 국민 건강에도 적신호다.
사회 바꿀 기회 26일 앞으로
내 힘으로 비상식을 줄여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들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가 26일 앞으로 다가왔다. 모레와 글피 대선 후보자가 등록한다. 국민은 후보자 중에서 상식에 따라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 사회에 퍼진 비상식의 원천을 가려 후보자를 고르면 상식에 맞는 사람을 뽑을 수 있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도 비상식이 통하면 우리 사회는 앞으로 또 5년간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될 수 없다. 잘못한 투표를 후회하는 일은 지난 5년으로 족하다.
허영 헌법재판연구소 이사장·전 연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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