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2: 다음 달 경기 고양시 덕이·식사지구에서 나오는 아파트의 분양가는 3.3m²당 1500만 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주변보다 50% 이상 높다. 그럼에도 최근 한 달간 고양시 집값은 0.1% 오르는 데 그쳤다.
최근 부동산 시장에는 이른바 ‘후광(後光) 효과’를 찾아보기 어렵다. 그동안 개발재료가 있는 곳 주변은 어김없이 집값이 들썩였고, 새 아파트의 분양가가 시세보다 높으면 기존 아파트 값도 따라 올라가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지난해 경기 성남시 판교신도시 개발이 호재로 작용하면서 집값이 급등했던 분당신도시, 성남시, 용인시, 안양시 평촌신도시 등은 올해 들어서는 거래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유례없는 침체기를 맞고 있다.
대규모 아파트 공급이 예정된 서울 은평뉴타운 주변이나 파주시, 고양시도 마찬가지다. 은평뉴타운에서 분양되는 아파트가 주변보다 40% 이상 비쌀 것으로 예상되자 한때 주변 아파트를 사려는 수요가 많았다. 그러나 올해는 거래가 잠잠하다.
서울 용산국제업무지구도 이달 초 사업자가 지정되자 마포 등 주변이 들썩일 것으로 예상됐지만 정작 ‘찻잔 속의 태풍’에 그쳤다.
후광 효과가 드러나지 않는 이유는 무엇보다 분양가상한제 실시로 미래의 집값 상승률이 그리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대출 규제와 세제(稅制) 강화로 부동산 시장에 유입될 자금줄이 막혀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많다.
하지만 더욱 근본적인 이유는 부동산 시장의 절대가격이 매우 높게 형성돼 있다는 것이다. 서울 강북의 웬만한 아파트도 3.3m²당 1000만 원이 넘는다. 시장이 경직된 상황에서 그만큼 추가 상승 가능성이 줄어든 것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최근 일부 건설사들은 신규 아파트를 분양하면서 개발 호재가 있는 곳의 ‘배후 단지’라고 소개하거나 아예 ‘○○의 후광 효과를 노리라’고 홍보하기도 한다. 소비자들의 현명하고 신중한 판단이 필요한 시기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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