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권순택]父子孫세습

  • 입력 2007년 11월 27일 02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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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차남 김정철이 김 위원장의 유력한 후계자라는 일본 마이니치신문의 최근 보도가 관심을 끌었다. 1981년생 26세로 스위스 베른대에서 공부한 김정철이 최근 북한 조선노동당 조직지도부 부부장으로 발탁됐다는 것이다. 조직지도부 부부장은 김 위원장이 1969년 김정철과 비슷한 나이인 27세 때 맡았던 북한 최고 요직 가운데 하나라는 점이 ‘김정철 후계설’의 근거로 제시됐다.

▷일본의 시사잡지 슈칸겐다이(週刊現代)는 지난해 2월 노동당 중앙위 비서국이 당의 모든 문건과 회의록에 김정철 직위를 ‘존경하는 책임부부장 동지’로 적도록 지시함으로써 후계자임을 암시했다고 보도한 적이 있다. 국내 정보 소식통은 지난해 초 김 위원장의 64회 생일을 기해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급과 내각 부상급 이상 간부, 그에 준하는 인민군과 국가기관 간부에게 김정철 초상화가 들어간 배지가 배포됐다고 말했다. 만수대창작사에서 그린 초상화로 만든 김정철 배지는 김 주석과 김 위원장에 이어 북한에서 세 번째라는 것이다.

▷김정철은 2004년 사망할 때까지 김 위원장의 정실부인 역할을 한 재일교포 출신 무용배우 고영희의 아들이다. 김 위원장과 성혜림 사이에서 태어난 장남 김정남(36)도 권력 승계 후보군에서 완전히 배제된 것이 아니라는 관측도 있다. 김정철은 일본 총련을 통해 음악 CD를 구입할 정도의 음악 애호가다. 지난해 6월 전설적인 기타리스트 에릭 클랩턴의 콘서트를 보기 위해 독일에 갔다가 일본 후지TV 카메라에 잡혀 화제가 됐다.

▷옛 소련은 물론 동유럽 공산권 국가에서도 부자(父子) 권력 세습은 없었다. 북한에서만 유일하게 권력이 대물림됐다. 그래서 김일성은 공산주의자라기보다 봉건주의자라는 말이 사회주의 국가권에서 나올 지경이다.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 같은 친북 단체들은 “김 위원장의 자리는 아버지에게서 세습된 것이 아니라 원로들에 의해 추대된 것”이라고 북한의 앵무새 노릇을 한다. 북한에서 부자손(父子孫) 3대 세습이 이뤄지면 이제는 인민이 세습왕조를 선택했다고 할 것인가.

권순택 논설위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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