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는 1931년 이후 76년간 세계 자동차시장에서 1위 자리를 고수하던 미국 GM을 지난해 매출액에서 제쳤다. 석유화학 분야 기업을 제외하면 전통적인 의미의 제조업 중에서도 매출액 세계 1위다. 올해는 생산량에서도 GM을 넘어설 것이 확실시된다.
회장실 옆 접견실에서 만난 조 회장은 연간 매출액 24조 엔(약 204조 원)의 글로벌 기업 총수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푸근하고 소탈했다. 도요타 사장과 부회장을 거쳐 지난해 회장에 오른 그는 도요타의 기업철학인 ‘도요타 웨이(Toyota Way)’의 전도사였고 지난 10년간 자동차 판매량을 약 2배로 끌어올린 일등공신으로 평가받는다.
인터뷰 끝머리에 “1위로서 가장 큰 걱정이 무엇이냐”고 물어보았다. 대답은 의외였다. 코믹스러운 제스처로 오른손을 이마에 갖다 대며 짧게 생각을 하는 듯하더니 “바로 1위라는 것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조 회장에 앞서 만난 도요타 임원 2명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도요타는 샴페인을 터뜨릴 여유도 없이 ‘포스트 넘버원’(1등 이후)을 진지하게 걱정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언뜻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이어지는 조 회장의 설명을 듣고는 고개가 끄덕여졌다. 우선 직원들의 자만심이 걱정된다고 했다. 지금의 도요타가 있는 것은 전 임직원이 똘똘 뭉쳐 한 치의 여유도 없이 앞만 보고 달려온 결과였기 때문이다. 다만 “자만심은 열심히 정신교육을 하면 어느 정도 해결될 문제”라고 했다.
더 큰 문제는 1위로서 견뎌 내야 할 ‘견제와 책임’이라고 털어놓았다. 직접 언급은 않았지만 전통적으로 자동차 강국인 미국과 유럽을 꺾고 1위에 올라 판매량을 확대할 경우 예상되는 역풍(逆風)을 우려하는 것으로 보였다. 실제로 일본은 국가 기준으로 1980년대 세계 자동차 생산 1위국에 올랐을 때 일자리를 잃은 미국 자동차회사 노동자들이 일본 자동차에 불을 지르는 등의 격한 반일(反日) 감정을 경험한 바 있다.
견제보다 더한 걱정은 1등의 책임감인 듯했다. 도요타 관계자들은 화석연료 고갈과 환경오염 등으로 자동차산업이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룰 수 있는지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조 회장은 “연간 연구개발(R&D) 비용 9000억 엔 중 절반 이상을 하이브리드와 연료전지 자동차 등 친환경 기술에 투자하고 있다”며 “어떤 것이 미래 자동차산업의 솔루션이 될지는 우리도 모르므로 전방위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도요타에 대한 세계의 평판에도 신경을 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1등이 되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1등을 지키는 것은 더욱 어렵다. ‘1위의 기쁨’을 즐기기보다 벌써 그 다음을 준비하면서 몇 발짝 앞서 나가는 도요타의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어쩌면 도요타의 진정한 경쟁력은 여기에서 나오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석동빈 경제부 차장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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