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양대웅]정부 일방 복지에 지방재정 멍든다

  • 입력 2007년 11월 27일 02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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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질은 인간이 직접 체험하고 느끼는 만족감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삶의 질은 경제적, 물질적 조건 등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복지지수와 행복감 등의 만족도로 알 수 있는 즐거움 지수를 합친 것으로 평가된다.

선진국은 삶의 질이 높은 나라이다. 그래서 정부는 잘 사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경제적, 물질적 복지정책을 내세워 복지지수 올리기에 안간힘을 쏟는 듯하다. 하지만 정부가 사회복지 선진화 정책으로 추진하는 복지지수 올리기, 즉 복지행정의 살찌우기로 인해 지방 재정이 파탄일로를 걷고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

구로구의 경우 최근 5년간을 비교하면 사회복지 예산 증가가 75%에 이른다. 일반 예산 증가의 두 배를 넘는다. 복지 예산 규모도 전체의 34%를 차지한다. 복지지수가 높다는 유럽 선진국의 사회보장비 비율을 능가했다. 이렇게 복지예산을 늘리면 2010년에는 지방자치단체가 자체 사업을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일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터져 나온다.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악화는 재정분권의 미흡함도 있겠지만 지방세 과세권한의 신장 없이 중앙정부가 일방적으로 복지 관련 신규사업을 쏟아내고 사업을 확대하는 데 있다. 구로구는 올해에만도 독거노인 생활지도사 파견, 지역사회 혁신 서비스, 노인돌봄이 바우처 등 신규 또는 확대되는 국비지원 사업에 78억 원을 투입했다. 내년에는 기초노령연금에 38억 원이 추가로 소요될 예정이어서 재정 악화는 불을 보듯 뻔하다. 국비지원 복지사업엔 국가가 재원을 지원하고 나머지 20∼50%를 지자체가 부담해야 하므로 모든 지자체가 같은 실정이다.

복지에 투입하는 예산 때문에 재정 악화를 탓하니 군색한 변명으로 들리기 쉽다. 하지만 국가에서 일방적으로 정책을 입안해 내려 주는 식이니 지역 형편에 맞는 맞춤 복지행정이 될 수 없다. 독거노인 생활지도사 파견과 노인돌봄이 바우처 사업처럼 중복되는 경우가 있다.

이런 비효율성으로 재정이 나빠져 사회간접자본 확충 등 지자체 사업에 차질이 빚어진다. 저소득층에 지급하는 급여도 지자체의 재정자립도를 고려하지 않고 획일적으로 분담 비율을 정해 형평성 문제를 일으키고 지자체 간의 재정 격차를 더 심화시킨다. 따라서 정부와 지자체의 역할을 조정해 효율성을 제고하고 지역 특성과 주민의 욕구에 맞는 복지서비스가 되도록 공급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 다음 사항이 선행돼야 한다.

첫째, 사업 결정의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 비슷한 사업일 때 지자체에 재량권을 주어 현재 있는 사업을 보완하거나 신규 사업으로 통합해 시행하도록 해야 한다. 정부의 신규 사업도 지자체 여건에 맞게 집행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국비 지원 범위를 늘려야 한다. 저소득층에 지급하는 급여 등 기초적인 공적부조는 정부가 전액 부담하고 사업별 지원비율도 지자체 부담을 차츰 줄여 나가면서 지자체의 여건에 따라 차등 적용해야 한다.

셋째, 정부와 지자체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야 한다. 사업 선정 및 변경, 재정의 효율적인 조정을 정책 입안기관과 집행기관이 서로 얼굴을 맞대고 숙의할 때 수요자의 입맛에 맞는 맞춤복지가 될 수 있다.

지방자치는 지방 나름대로의 특화된 정치를 통해 지방의 발전을 모색하기 위해 시작됐다. 하지만 시작부터 재정적으로 중앙정부에 예속되다시피 한 형편에, 해마다 늘어나는 사회보장비 때문에 중앙정부 의존도만 높이니 지방 분권은 허상에 불과하고 지방 발전 또한 요원할 뿐이다. 정부의 특단의 조치가 요구된다.

양대웅 서울 구로구청장 서울시구청장협의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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