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의 2007년 인구통계에 따르면 올 7월 현재 65세 이상의 노인인구는 전체 인구의 9.9%인 481만 명이며 은퇴 준비를 해야 하는 장년층인 50세 이상의 인구는 전체의 25.8%인 1248만 명으로 추계된다.
전체 인구의 4분의 1이나 되는 이들 유권자에게 대선 후보들의 장노년층을 위한 공약은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자신들의 이해가 걸린 일이 되는 셈이다.
한국은퇴자협회(회장 주명룡)는 20일 서울 송파구 지역사회교육회관에서 각 후보의 복지정책 담당자들로부터 후보들의 장노년층 공약을 듣고 그 실현 가능성을 따져 보는 토론회를 가졌다.
이날 토론회에서 소개된 공약과 26일 대선 후보 등록을 마친 주요 후보들로부터 장노년층을 위한 공약을 제출받아 소개한다.
○ 이명박(한나라당) 후보
노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전국 120개소에 노인 일자리 인큐베이터를 설치한다. 1개소의 연간 운영비는 1억 원. 또 전국 4만5000개의 보육시설, 유치원, 초중고교에 노인 1명씩을 ‘효(孝) 교육사’로 배치한다. 자원봉사자를 우선 채용하며 월 급여는 10만 원으로 정부가 50%를 지원한다. 임금피크제와 정년 연장 등은 기업이 자율적으로 선택하도록 유도한다.
노인 틀니와 보청기를 국가에서 공급한다. 2009년부터는 기초생활보호대상자 9만 명, 2011년 이후에는 차상위계층 22만 명을 포함해 총 31만6000명에게 틀니를 제공한다. 이에 필요한 연평균 예산 269억 원은 국고에서 충당한다. 보청기는 2009년부터 8만여 명에게 제공하고 2011년부터는 28만 명에게 제공한다.
건강보험의 현재 보장률은 의료비의 61.8% 수준이지만 암과 중증질환의 급여 수준을 80%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이에 따른 추가 소요재원 7627억 원은 건강보험공단의 관리운영비와 경증 질환의 보장성 비율을 줄여 마련한다.
2008년부터 시행되는 수발보험의 혜택을 받는 치매와 중풍 환자를 현재 예정된 연간 16만 명 선에서 두 배로 늘린다. 이들의 본인부담금도 15∼20% 선에서 10∼15%로 축소한다.
이에 따른 추가 소요 예산은 연간 942억 원으로 국고에서 부담한다. 또 중산층을 대상으로 하는 소액 실비 노인요양보호시설 및 경증 치매 중풍 노인 주간보호소도 500개를 추가로 늘린다. 특별한 소득이 없는 60세 이상 1가구 1주택자에 대해서는 종합부동산세를 감면한다.
○ 정동영(대통합민주신당) 후보
순차적인 정년 연장과 임금피크제 활성화 및 어르신 일자리 대책으로 ‘5년 더’ 일하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방안을 갖고 있다.
이를 위해 임기 초반에 고령자고용안정법을 제정하여 60세 정년을 의무화한다.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기업에 대한 세제 지원을 강화하고 고령자 다수 고용 사업장에는 장려금을 지원하는 등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한다. 이에 소요되는 예산은 앞으로 계산해 예산에 반영할 방침이다.
또 전국의 1만 개 초중고교에 4만 명의 ‘실버 폴리스’(연간 2000억 원)를 배치한다. 실버인생 재설계를 위한 학습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60세 전후에 3개월의 인생 재설계 평생교육권(실버교육 바우처 제도)을 모든 대상자에게 보장한다(연간 1350억 원). 아울러 노인 적합형 사회적 일자리를 30만 개 창출하며 이를 위해 매년 1조∼2조 원 수준의 특별기금을 조성한다.
내년부터 시행돼서 2009년부터 65세 인구의 70%에게 월 8만5000원 정도씩 지급되는 기초노령연금의 대상을 80%까지로 확대하고 수급액도 당초 예정의 2배 수준으로 높인다. 이에 따른 재원은 당선 이후 사회적 합의를 통해 만들어 낸다는 방침이다.
노인들에게 틀니를 제공하되 그 비용은 건강보험 급여 또는 국가 예산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단계적으로 추진한다.
장년 노인층이 주 대상인 1가구 1주택 장기 보유자에게 장기 보유 특별공제를 확대하여 현재 15년 이상 45%로 제한되어 있는 공제율을 20년 이상 80%로 확대한다.
○ 이회창(무소속) 후보
현재 60세인 정년을 3년씩 단계적으로 확대하되 임금피크제 등과 병행해서 실시한다. 노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인 인력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작성하여 맞춤형으로 일자리를 마련한다.
내년부터 실시되는 기초노령연금의 수혜 대상자를 80%로 늘리고 지급액수도 1인당 20만 원 선이 되도록 단계적으로 늘린다. 치매 당뇨 고혈압 심장병 등 노인성 만성질환의 치료비를 국가가 부담한다. 60세 이상 1가구 1주택의 경우 보유세 비과세 혜택을 확대한다. 이 후보 측은 장노년층 공약에 따른 재원 마련 방안은 별도로 적시하지 않았다.
정동우 사회복지전문기자 forum@donga.com
▼中企대표 김창원 씨의 정책제안▼
“공원 휴지 줍기 같은 허드렛일을 시키고 월 20만 원씩을 나눠주는 식의 소비형 노인일자리 사업은 예산만 낭비하고 실패합니다. 고령화 사회를 맞아 제대로 된 일자리를 마련해 주려면 세제와 정책적 지원을 통해 기업이 노인을 채용할 수 있게 유도해야 합니다.”
20일 한국은퇴자협회(회장 주명룡)가 개최한 장노년층을 위한 공약 토론회에서 김창원(71·울산 울주군 온산읍) 창우산업 대표의 주장은 많은 참석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창우산업은 전 직원 65명이 모두 60세 이상의 고령자들로만 구성된 기업으로 평균 연령이 65세다.
이 회사는 선박 건조용 철판을 절단 조립해 납품하는데 직원은 모두 현대중공업 등 대기업에서 용접, 절단 현장 근무를 하다 정년퇴직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퇴직 후 중소 규모의 하청기업 등에서 일하다가 2000년 아예 독립된 회사를 만들었다. 기술이나 실력은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데도 나이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급여와 대우에서 차별당하는 것이 싫어서였다.
직원들은 오랫동안 기술직에 근무했기 때문에 이 회사가 납품하는 제품은 원청기업 등에서도 알아주는 고품질을 자랑한다.
문제는 작업 능률. 노인들은 젊은이에 비해 느릴 수밖에 없어 작업 능률은 60%에 그친다. 원청기업이 요구하는 납기를 맞추려면 그만큼 인력을 더 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노령자들로만 구성됐어도 각종 세금과 4대 보험 공과금 등은 다른 회사와 똑같이 내기 때문에 인력을 더 쓰는 이 회사는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언론에 수없이 소개되고 노인인력 활용 모범 사례라고 칭찬하지만 기업 처지에선 늘 부도의 위기 앞에서 마음을 졸이고 있다”며 “정책 지원이 없는 정부를 원망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고령화시대에 최대의 노인 복지정책은 노인들이 계속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그러려면 노인들을 고용하는 기업을 육성하는 정책을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노인고용 기업을 육성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세금과 보험금 등을 유예하거나 최소한으로 줄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직원들의 월평균 임금이 230만 원에 달해 노인도 기회만 주어진다면 제대로 된 일을 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정동우 사회복지전문기자 foru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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