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제51기 국수전… 벌 받는 초등학생처럼

  • 입력 2007년 11월 28일 03시 05분


끝내기를 한 것도 아닌데 하변 1선에 흑 돌이 빽빽하게 들어 있는 것을 보면 이 바둑의 운명을 알 수 있다.

흑은 1선으로 기어서 넘어가는 대신 흑 99로 참고1도 흑 1에 둬 탈출할 순 없었을까. 국후 검토 결과 이 역시 흑이 괴롭다. 백 2의 선수 활용이 절묘해 백 4로 뛰는 순간 흑이 살기 어렵다는 것이다.

흑의 패착은 흑 93. 참고2도 흑 1로 머리를 내밀어야 했다. 하변 A의 곳(실전 흑 93)은 실리로 큰 자리면서 근거의 요소지만 값어치를 따지면 흑 1과 비교가 안 된다.

최기훈 초단이 볼 때 이세돌 9단은 높은 벽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이 벽을 넘기 위해 한 뼘이라도 빨리 가려고 한 조급증이 화근이었다.

국후 검토에서 이 9단이 흑 93 등 실수를 지적하자 최 초단은 벌 받는 초등학생처럼 고개만 끄덕이고 있었다. 돌이켜보니 납득하기 어려운 수를 여럿 놓았던 사실에 가슴 아플 뿐이다. 그는 다음 판에선 이번처럼 허무하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하는 듯했다. 133·136…83, 134…89. 180수 끝 백 불계승. 소비시간 백 1시간 17분, 흑 2시간 29분.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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