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3분기(7∼9월) 현재 가장의 직업이 없는 가정이 255만6000가구에 이른다. 전체 가구의 16%로 여섯 집 가운데 한 집꼴이다. 무직 가장을 통계로 잡기 시작한 2003년 이후 매분기 안타까운 기록 경신을 하고 있다. 가장이 일 없이 놀고 있는 가구는 지난 1년 사이에만도 18만 가구가 증가했다. 겨울 문턱의 길거리에서 동사한 가장들의 생계형 사망사고도 끊이지 않는다.
가장이 무직이더라도 연금을 받거나, 배우자나 자녀들이 돈벌이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가장이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 마당에 가족들이라고 쉬울 리 없다. 여성 가구주의 경우 3분의 2는 직업이 없거나, 있더라도 불안정한 임시직 일용직 등이 대부분이다.
취업난이 심각하기는 젊은이들이 더하다. 교육인적자원부에 따르면 4년제 대학 졸업생 10명 중 5명이 비정규직이거나 무직이다. 4년제 대졸자의 정규직 취업률은 48.7%에 그친다는 것이다. 비정규직 일자리밖에 못 구하는 대졸 청년들의 실상이 ‘88만 원 세대’라는 말까지 낳았다. 일자리가 없거나 불안정한 가장과 청년들이 무엇으로 삶의 질을 높일 수 있겠는가.
민생의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우리가 선진복지국가의 문턱에 와 있다며, 생활고에 지친 국민의 속이나 긁고 있다. 현 정부는 그렇다 치고, 내년 2월부터 시작되는 차기 정부라도 국민에게 희망을 줘야 할 텐데, 지금 벌어지고 있는 대선 판은 오히려 무직자들의 분노를 키우는 형국이다. 각 후보 진영은 무엇으로 국민을 먹여 살릴지, 구체적인 정책대결로 날밤을 새워도 모자랄 판에 투표일을 불과 20일 앞둔 지금까지 ‘아니면 말고’ 식의 비방전(誹謗戰)에 매달리고 있다. 김호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은 어제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가장 큰 문제가 후보 비방이다. 젊은 학생이라면 ‘일자리 만들 방법이 뭐냐’고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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