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직장 동료가 메신저로 다급히 말을 걸어 왔다. 최근 1순위 청약에서 미달된 수도권의 한 아파트를 친구의 말만 듣고 2순위에 덜컥 청약했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 안 하면 후회할 거란 말에 급하게 신청했는데 다음 날 현장에 가보니 생각보다 직장에서 멀고 입지 여건도 분양 카탈로그와 꽤 달랐다”며 속상해했다.
요즘처럼 신규 분양 아파트가 쏟아지는 상황에선 자칫 분위기에 휩쓸려 청약하기 십상이다. 수만 채의 아파트 중 옥석을 가리려면 ‘얇은 귀’보다는 ‘두툼한 발’에 의지해 청약 전략을 짜야 한다.
우선 현장에 자주 가보는 게 좋다. 가능하면 가장 혼잡한 출퇴근 시간에 대중교통으로 이동해 볼 것. 분양 카탈로그에 나오는 ‘서울에서 ○○km, ○○분 거리’ 등의 광고는 직선 최단거리를 표시하는 경우가 많아 객관성이 떨어진다.
현장에 들르면 주변 부동산중개업소를 반드시 방문하자. 집값과 전세금 추이, 주변 단지 현황, 교육 여건 등을 꼼꼼히 살펴보면 부동산 보는 안목도 키울 수 있다.
모델하우스를 방문할 때는 발코니 확장 면적과 가격, 각종 옵션 가격 등을 알아봐야 한다. 발코니 확장이 일반화됨에 따라 분양가에 발코니 확장 비용을 포함해야 진짜 집값이 나오기 때문이다.
내 집 마련을 위해선 청약가점 관리도 필수다. 국민은행(www.kbstar.com)이나 금융결제원(www.apt2you.com) 홈페이지의 ‘인터넷 청약 가상체험관’에서 모의 청약을 해보면 궁금증이 어느 정도 풀린다.
최근에는 분양 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지다 보니 입지가 괜찮은데도 미분양이 나는 단지가 종종 있다. 이런 단지를 눈여겨보면 청약통장을 쓰지 않고 송파신도시 청약 등 훗날을 대비하는 ‘일석이조(一石二鳥)’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후광(後光) 효과’란 말에 절대 현혹돼서는 안 된다. 현 정권 들어 전국적으로 집값이 많이 올랐기 때문에 후광 효과만으로 집값이 추가로 상승할 여지는 크게 줄었다. 이런 때일수록 본인의 재정 능력을 꼼꼼히 따지고 아파트 자체가 지닌 장점에 집중해야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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