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금강산에서 열린 남북 적십자회담에서는 남북 정상 간의 ‘이산가족 상시(常時) 상봉 합의’가 부도수표가 되고 말았다. 남북 정상은 ‘금강산 면회소가 완공되는 데 따라 쌍방 대표를 상주시키고 흩어진 가족과 친척의 상봉을 상시적으로 진행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남북 적십자대표는 연간 200∼300명이던 이산가족 상봉자를 겨우 400명으로 늘리는 데 그쳤을 정도로 결과는 빈약했다. 금강산 면회소는 나흘 뒤에 준공되는데 상시 상봉 근처에는 가지도 못했다.
남측은 고령의 이산가족이 해마다 4000∼5000명씩 사망하는 안타까운 상황을 설명하며 매달 상봉을 실시하자고 제의했으나 북측은 냉담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정상 합의를 실천할 의지가 있다면 북측 대표단이 그렇게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대한적십자사에 등록된 이산가족 상봉신청자는 12만6209명이고 상당수가 70세 이상 고령자다. 이산가족의 아픈 가슴을 헤아린다면 연간 이산가족 상봉자를 획기적으로 확대하겠다는 남북 정상의 실천의지가 중요한데도 두 정상이 이를 외면한 꼴이 되고 말았다.
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북한의 대남정책을 총괄하는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의 예방을 받고 “김 국방위원장이 김 부장을 서울로 보낸 것 자체가 남북 정상선언 이행에 대한 의지를 보여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이 금강산 회담 상황을 보고받고서도 그런 말을 한 것인지, 아니면 다른 무슨 밀담이라도 나눈 것인지 궁금하다. 대선을 앞둔 미묘한 시기에 노 대통령이 북한의 대남공작 총책을 청와대에서 만난 것부터가 정상(正常)이 아니다.
이산가족의 한(恨)을 생각한다면 금강산 회담에서 북측에 좀 더 적극적인 자세를 촉구했어야 한다. 국군포로 및 납북자의 가족상봉 및 귀환문제도 북의 반대로 전혀 진전을 보지 못했기에 더욱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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