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5년간 매년 한국에 ‘정규직 과보호를 개선하라’고 충고했다. 실제로 대기업들은 고용 인원 조정에, 중소기업은 생산성과 연계한 임금 조정에 큰 애를 먹고 있다. 이런 경직성 탓에 기업들은 비정규직을 채용하거나(43%) 채용을 꺼린다(39%). 기존 정규직을 과보호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희생자가 비정규직과 청년실업자인 셈이다.
기업이 외부환경 변화에 맞춰 인적자원 배분을 신속하고도 효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으려면 노동시장 유연화가 선결 요건이다. 1980년대 이후 세계가 무한경쟁 시대에 접어들면서 선진국들이 경쟁력 유지를 위해 선택한 처방이 노동시장 유연화였다. 영국에 이어 스웨덴 독일 프랑스가 뒤를 따랐다. 그러나 한국은 지난 10년간 제자리걸음을 했다. 세계은행 평가 결과 한국의 기업환경 중 고용 분야가 가장 열악해 178개국 중 131위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외환위기 이후 10년간의 긍정적 변화 여부를 전문가들에게 물어본 결과 기업부문은 59.3%였지만 노동부문은 1.5%에 그쳤다. 노동이 공공부문(1.1%)과 함께 국가경쟁력의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거듭 확인된 것이다. 2003∼2006년 연평균 퇴직·해고율은 2.1%로 외환위기 이전보다도 오히려 낮아졌다. 노동부문이 그동안 개혁의 사각지대였다는 의미다.
정규직과 노조 가입 근로자들은 일자리를 보장받으며 높은 임금을 누리는 동안 비정규직과 노조 미가입 근로자는 낮은 임금과 노동 유연성을 감수함으로써 그 비용을 일부 부담한다. 현 정부는 비정규직 양산의 주범인 고용의 경직성과 정규직 노조의 이기주의는 놔둔 채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만 압박했다.
대선 후보들은 일자리 확충과 비정규직 처우 개선을 공약하면서도 그 전제인 노동 유연성 문제를 언급하지 않고 있다. 한국의 노동시장 유연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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