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우외환에도 7000억 달러
천연자원이 없는 나라에서 무역, 특히 수출의 중요성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1997년 외환위기의 근본 원인도 따지고 보면 10년 이상 지속된 무역수지 적자와 그로 인한 외환보유액 감소 때문이었다. 반면에 참여정부 내내 내수의 심각한 침체에도 불구하고 경제가 그런대로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수출 호조세 때문이다.
수출이 이렇게 기록적으로 증가하고 대한민국을 세계 11대 무역대국으로 만든 주인공은 다름 아닌 수출기업이다. 원화 강세, 석유를 포함한 원자재 가격의 급등, 정부의 높은 규제, 반기업 정서, 불안한 노사관계와 같은 갖가지 악조건이 있었음에도 묵묵히 노력한 기업 덕분이다. 특히 참여정부 5년 동안 정권의 온갖 기업 발목잡기에도 불구하고 기업은 자력으로 대기록을 달성했다. 국민은 이런 기업에 박수를 보내야 한다. 좌파 시민단체와 진보정치세력이 과대 포장하는 기업의 어두운 면만 보지 말고 경제에 기여한 업적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
여러 악조건에도 수출이 지속적으로 증가한 요인으로 외환위기 이후 기업 구조조정을 통해 재무건전성과 기업경쟁력이 높아진 점을 들 수 있지만 끈질긴 기술개발, 시장다변화와 같은 기업의 피나는 노력이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수출에 우호적이던 외부 환경도 한몫을 했다. 1960년대 이래 세계경제의 최호황기, 이웃 나라 중국의 비약적 경제성장에 따른 대(對)중국 수출의 급신장, 러시아 인도 브라질과 같은 신흥 개발도상국의 빠른 경제성장도 수출 호조세에 기여했다.
그러나 비약적인 수출 신장에 대해 마냥 환호만 할 수 없는 걱정스러운 이면이 있다. 수출은 계속하지만 수출 채산성이 악화되고 있다. 수출 기업의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이 하락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중소기업의 영업이익률은 2.8%에 불과하다. 주요 요인은 달러 가치의 하락, 원자재 가격 급등, 임금을 포함한 높은 생산 비용 등이다.
울며 겨자 먹기로 밀어내기 적자 수출을 하는 기업도 많이 있다. 수출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대중 수출은 순수출이라기보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에 대한 부품 수출로 상당 부분 국내 시장으로 되돌아온다. 중국에 편중된 무역흑자도 문제다. 올해 10월까지의 무역흑자(140억 달러)는 대중 무역흑자(150억 달러)가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300억 달러에 이르는 대일 무역적자는 한국경제가 몇십 년 동안 해결하지 못한 숙제다.
새 정부, 규제 풀어 경쟁력 높여야
수출 증가세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기업이 넘어야 할 산은 아직 높다. 원화 강세, 지속적인 원자재 가격 급등, 후발 개도국의 거센 추격과 선진국 시장에서의 경쟁력과 점유율의 지속적 하락, 일부 품목(반도체 휴대전화 자동차 선박)에 편중된 수출 등 해결할 과제가 많다.
기업의 수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내년에 들어설 정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하루빨리 비준하고 불필요한 기업 규제를 과감히 풀어야 한다. 기업 스스로도 신정부의 출범에 맞춰 기술개발과 설비투자를 적극적으로 하고 신흥시장 공략 방법을 개발해야 한다. 무엇보다 노조가 정치적인 불법 파업을 자제하고 노동생산성을 높이며 기업과 상생하려는 노력을 하기 바란다.
나성린 한양대 교수·경제금융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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