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라서 돌리에 대해 초기에는 ‘복제 인간’ 출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각국이 인간 복제 방지를 막기 위한 법 제정에 나섰다. 지금처럼 줄기세포 연구를 통해 질병 치료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것이라는 생각은 뒤에 본격화했다.
로슬린연구소의 이언 윌머트 박사팀이 돌리를 출생시키는 데 가장 핵심 기술 중의 하나는 ‘세포 굶기기’(빈영양화·貧營養化)였다.
체세포에서 유전자를 추출해 핵을 제거한 난자에 넣는 과정에서 가장 큰 문제는 유전자 추출. 왜냐면 체세포는 끊임없이 세포 분열을 계속하고 있어 정지 상태의 유전자를 빼내기가 곤란했던 것. 윌머트 박사팀은 체세포의 영양을 조절해 빈영양화하면 세포 분열 속도가 늦어지거나 멈추는 것을 발견했다. 이 기법은 ‘돌리를 출생시킨 수십 가지 특허 기술’ 중 으뜸으로 꼽혔다.
돌리 이후 최근까지의 줄기세포 연구는 돌리를 출생시킨 기술의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복제에 성공한 포유동물의 종류가 다양해지고 줄기세포 배양 기술이 늘어난 것 정도였다.
그런데 지난달에는 돌리에 버금가는 획기적인 기술이 성공했다. 일본 교토대와 미국 하버드대 줄기세포연구소는 각자 독립적인 연구를 통해 난자가 아닌 체세포 자체를 유전자 정보 조작을 통해 원형줄기세포로 되돌리는 데 성공했다.
유전자 정보만 조작하면 체세포가 마치 수정란처럼 모든 기관과 조직으로 분화될 수 있는 초기 단계의 세포(원형줄기세포)로 되돌아가게 된 것이다. 이를 ‘인공만능세포’ ‘유도다기능줄기세포’ 등으로 부른다.
‘체세포 되돌리기’는 난자를 쓰지 않는 점에서 돌리 이후 가장 획기적이다. 돌리식은 많은 난자를 소모해야 하고(돌리 출생에도 난자 277개가 쓰였다), 실험 후 난자를 폐기하다 보니 생명을 버린다는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이런 문제는 일거에 해소됐다.
다만 조작된 유전자를 주입하는 과정에서 질병을 일으킬 수 있는 등의 과제가 남았다.
하지만 ‘체세포 되돌리기’는 인체 질병 치료에 필요한 장기나 기관 등을 분화 배양해 이식하는 시대가 올 수 있음을 더욱 뚜렷하게 보여 줬다.
6년생 암양의 젖샘 체세포에서 뽑은 유전자로 태어난 돌리는 새끼를 낳는 등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돌리는 이미 ‘6년’이라는 나이를 안고 태어난 것으로 밝혀졌으며 2003년 2월 ‘늙어’ 안락사됐다.
돌리 이후 10년간을 보면 앞으로 10년 후 어떤 기술이 나타날지 짐작하기 쉽지 않다.
생명과학 기술은 투자에 비해 그 효과는 무제한에 가깝다. 인류 건강에도 기여하고 전 세계 시장의 독점도 가능하다. 우리가 황우석 교수 파동 등으로 멈칫하는 사이 외국에서 생명과학의 새로운 이정표들이 쓰이는 것을 보면 안타깝다.
‘제2, 제3의 돌리’가 우리 과학에 의해 태어날 수 있도록 지지와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 같다.
구자룡 국제부 차장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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