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윤희각]비리 경찰은 날뛰는데…

  • 입력 2007년 12월 4일 03시 05분


낮에는 불법 성인오락실을 단속하고, 밤에는 반대로 불법 오락실을 운영하는 ‘이중생활’을 하던 전직 경찰간부 김모(50) 씨가 3일 구속 기소됐다.

그는 부산 모 경찰서 강력팀에서 경위로 근무하던 지난해 5월부터 넉 달 동안 해운대구 신시가지에 있는 성인오락실에 8억 원을 투자하고 상품권 환전소를 운영해 1억8000만 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김 경위는 경찰서가 아닌 오락실로 출근해 손님들의 환전을 도와줬고, 때로는 근무 시간에 사건 현장이 아닌 오락실에서 가족들과 함께 영업을 했다.

지난해 ‘바다 이야기 파동’으로 다른 불법 오락실들이 줄줄이 문을 닫을 때에도 김 경위의 사업은 번창했다. 이 과정에서 단속은 한 차례도 없었다. 소속 경찰서와 상급 기관인 부산지방경찰청에 비위를 감찰하는 청문감사관실이 있지만 어쩐 일인지 코앞에서 벌어지는 비리에는 속수무책이었다.

그의 동료 경찰관도 “불법오락실 단속과 직접 관련이 있는 직책의 간부가 사행성 오락실 사업을 한 것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어이가 없다”며 허탈해했다.

하지만 직책을 이용한 간부급 경찰관들의 비위는 올해 들어 유난히 잦았다.

10월 서울 강남경찰서 모 지구대 경사는 불법 오락실 운영에 참여한 뒤 2억여 원을 챙겼다가 검찰 조사가 시작되자 해외로 도피했다.

지난달 광주에서는 사행성 오락실의 불법을 눈감아 주거나 단속 현장에서 수백만 원을 빼돌린 경찰이 구속됐다. 9월 경남 김해에서도 도박사건을 축소하다가 경찰 2명이 구속되는 등 전국에서 경찰관의 직무 관련 비위는 끊이지 않고 있다.

이쯤 되면 경찰 최고위 관계자의 사과나 내부의 ‘자정 선언’이라도 나와야 할 판이지만 경찰청은 요즘 직원들의 기강 단속과 전혀 무관한 엉뚱한 일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정부의 ‘취재 지원시스템 선진화 방안’에 따라 본청과 서울지방경찰청 기자실을 폐쇄하고 검색대, 유리 차단문을 설치해 기자들의 출입을 막는 데만 골몰하는 게 요즘 경찰이다.

안팎의 거센 반발에도 기자실 폐쇄를 강행하려는 경찰 수뇌부의 속마음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혹시 부패한 경찰의 내부를 기자들이 들여다보지 못하도록 눈을 가리려는 의도는 아닌지 의심스럽다.―부산에서

윤희각 사회부 to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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