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흑 99로 삐져나와 우하 쪽 백을 잡자 실리로 20여 집 차이. 검토실 기사들도 검토를 중단했다. 이제 반상에 관심을 둔 사람은 최 초단뿐이었다. 그는 백 104에 8분 50초, 백 110에 10분 10초를 쓰며 힘을 다했다.
최 초단은 백 104로 중앙을 보강하지 않고 극한 상황까지 몰고 간다. 흑 105를 얻어맞자 중앙 백의 삶이 아득해 보인다.
그도 알고 있다. 승부를 뒤집을 수 없다는 것을. 그는 다만 극한 상황에서 중앙 백을 살려놓고 돌을 던질 생각이다. 큰 실수로 대세를 그르쳤으나 이세돌 9단을 상대하기에 손색이 없었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은 것이다.
흑 111을 보고 최 초단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백이 더 두면 참고도처럼 중앙을 살릴 수 있다. 이 대목은 프로기사들이 눈 감고도 둘 수 있는 수순. 최 초단은 이만하면 보여줄 것을 다 보여줬다는 심정으로 돌을 던졌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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