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권순우]금융 쏠림 현상 이대로 둘 건가

  • 입력 2007년 12월 5일 03시 02분


금리 상승세가 예사롭지 않다. 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한때 국고채 수익률이 6%를 넘었다. 2002년 3월 이후 5년여 만의 일이다. 사실 금리 상승은 연초부터 꾸준히 이어져 왔는데 기저에는 경기회복이라는 든든한 재료가 깔려 있다. 그래서 금리 상승이 가계에 큰 짐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면서도 경기회복 때문에 그러려니 하면서 대수롭지 않게 보아 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작금의 금리 상승세는 경기회복으로 설명하기에는 분명 지나치리만큼 폭이 크고 빠르다.

금리가 비정상적으로 크게 오르는 이유는 금융시장의 쏠림 현상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첫 번째 쏠림 현상으로는 은행에서 돈이 빠져나와 펀드시장으로 급격하게 이동하는 것을 들 수 있다. 펀드 열풍이 불면서 ‘묻지 마’ 식의 펀드 투자 조짐까지 나타났다. 연초 50조 원에도 미치지 못하던 주식형 펀드 규모가 지금은 100조 원이 넘을 정도로 크게 늘어났다.

저축에서 투자로 기본 패러다임이 바뀌는 것이 시대의 대세이기는 하지만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 그리고 그 지나침이 결국 부작용을 낳고 있다. 은행에서 돈이 빠져나가면서 은행은 자금 부족으로 비상이 걸렸다. 모자라는 자금을 은행채나 양도성예금증서(CD)를 발행해 메울 수밖에 없고 그러다 보니 시장금리가 경기회복 속도를 능가할 정도로 상승한다.

또 다른 쏠림 현상은 최근 외국인 투자자금을 중심으로 채권에 매수세가 크게 몰린 점을 들 수 있다. 외국인 투자가는 주식시장 조정을 틈타 주식을 팔고 그 돈으로 채권을 대규모로 매수하는가 하면, 외국계 은행은 본점 자금을 빌려와 국채를 매입하는 데 열을 올렸다.

외국인은 올해 들어 20조 원이 넘는 돈을 국내 채권을 사는 데 썼다. 11월 들어서는 채권 투매가 일어나기 직전까지 20일 동안 6조 원이 넘는 채권을 매수하면서 쏠림 현상이 절정을 이뤘다. 왕성한 채권 수요에도 불구하고 시장금리가 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상승 조짐을 보이자 공포심을 느낀 채권 투자자가 투매로 돌변하면서 금리가 급등하고 말았다.

비정상적인 금리 급등 현상은 불필요한 부작용을 낳는다. 당장 600조 원이 넘는 부채를 안고 있는 가계에 큰 부담이 된다. 특히 200조 원이 넘는 주택담보대출은 대부분 변동금리 대출이어서 금리 상승의 충격을 바로 받을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국내로 전염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상황에서 불안감이 가중되는 것은 당연하다.

경기가 좋아서 금리가 오르는 현상은 어쩔 수 없다. 아니 오히려 반길 일이다. 하지만 금융시장 쏠림 현상의 결과로 지나치게 금리가 오르는 추세는 바람직하지 않다. 이렇게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 그동안 펀드로 쏠렸던 자금이 다시 급격하게 이탈해 또 다른 금융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

금리가 급등세에서 벗어나 안정을 되찾기 위해서는 금융시장의 자금 쏠림 현상이 완화돼야 한다. 먼저 자금 부족에 시달리는 은행은 은행채나 CD 발행을 통해 손쉽게 자금 부족 문제를 해결하려는 데서 벗어나야 한다. 펀드 판매에 열을 올리는 제 살 깎기 경쟁보다는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적극적인 해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정부도 경직적인 유동성 죄기로 일관하기보다는 자금의 쏠림 현상으로 발생하는 마찰적 금리 상승에 대해서는 좀 더 유연하게 대응하는 자세의 전환이 필요하다. 투자자는 지나치게 시류에 편승하는 투자를 자제하고 쏠림 현상이 해소될 때 발생하는 위험을 생각하는 냉철한 투자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금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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