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K 거액 횡령 사건에 직접 연루된 의혹을 받는 에리카 씨가 미국에 머무르면서 검찰 수사 결과를 반박하는 기자회견을 하는 것을 순수한 방어권 행사라고는 보기 어렵다. 스스로 당당하다면 한국에 들어와 공방을 벌이는 것이 옳다. 검찰 수사결과의 공신력을 떨어뜨리려는 기자회견의 배후에는 상대 후보에게 공범의 낙인을 찍으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정치권이 어른거린다. 피의자 가족의 일방적 주장을 검증 없이 확대 재생산하는 일부 언론의 의도 역시 의심스럽다.
김경준 씨는 검찰과 금융감독원이 밝혀낸 혐의만으로도 최고 무기징역이 가능한 중범죄 피의자다. 그는 미국 여권과 미국 법인 정관 위조 26건에, 주가 조작 및 384억원 횡령 혐의를 받고 있다. 에리카 씨도 회사 정관 위조와 횡령에 연루된 증거가 나왔고 금융기관 허위 진술과 불법 자금 취득 지원 등으로 미국 변호사 자격이 정지됐다. 김경준 씨의 부인 이보라 씨도 횡령과 돈세탁 및 유령회사 설립에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의 주장을 검찰 수사발표와 동렬에 놓을 수는 없다.
김경준 씨는 2001년 미국으로 도망간 뒤 송환을 거부한 채 미 연방구치소에서 3년 반 동안 지내다 대선을 앞두고 전격 귀국했다. 그의 귀국 후 가족들은 미국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진위가 확인되지 않은 각종 자료를 공개하고 검찰에 제출하며 야바위를 하는 듯한 행태를 보였다. 대선에 맞춘 김 씨의 귀국과 가족의 조직적인 여론전(戰)에 정치적 배후세력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배후의 존재 여부를 둘러싼 진실도 밝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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