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정성교수의 소비일기]중고차 사자니 찜찜했는데…

  • 입력 2007년 12월 5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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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차 사자니 찜찜했는데…

판매원 덕에 걱정 덜었지요

갑자기 차를 잃어버린 남편이 난데없이 중고차를 사겠다고 나섰습니다. 친구들은 중고차 샀다가 후회하지 않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며 단단히 겁을 줍니다. 저도 괜히 고생하지 말고 새 차를 사자고 말렸지요. 그러나 남편은 “새 차로도 고생해 보지 않았느냐”며 2, 3년이면 반값으로 떨어지는데 뭐하러 목돈을 쓰느냐며 뜻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하긴, 지난번 새 차는 수리가 필요 없을 것이란 저희들의 기대에 전혀 부응하지 못했지요.

인터넷에서 중고차 정보를 검색해 연락한 판매상이 장소를 알려주며 보러 오라네요. 그런데 남편이 지금은 1시간 반밖에 시간을 내지 못하는데 괜찮겠느냐고 물으니 그것으로는 부족하다며 넉넉히 시간을 낼 수 있을 때 보는 게 좋겠다고 합니다. “당장 붙잡지 않으면 ‘손님’을 놓칠 수도 있을 텐데 그런 제안을 하다니 참 재미있는 친구”라며 남편은 약속을 잡더군요. 그 친구의 성의에 자기도 응답해야 되지 않겠느냐며.

다음 날 찾아간 중고차 시장의 풍경은 매우 낯설었습니다. 통화했던 젊은 판매상은 묻는 것마다 적절히 설명을 하는데, 아주 솔직한 전문가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 그 사람도 한마디 덧붙이더군요. 어제 전화로 나중에 오라는 말을 했을 때 옆의 판매상이 ‘당장 잡아야지 왜 그렇게 답을 하느냐’며 분명히 다시 안 올 거라고 핀잔을 주었다더군요.

판매상과 함께 차를 몰아본 남편은 선뜻 결정을 합니다. 불안한 마음에 다른 곳도 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제가 옆구리를 찔러 보지만, 자기는 이 친구를 믿을 수 있을 것 같다며 그리고 믿고 싶다며 꿈쩍도 하지 않습니다.

그날 이후 저희는 자동차와 관련한 문제가 생길 때면 그 판매상에게 도움을 구하게 됐습니다. 그때마다 판매상은 정확하게 저희 차에 필요한 것을 짚어냅니다.

중고차 시장에서 그렇게 좋은 판매원을 만난 건 운이 좋았던 것이라고 친구들은 여전히 놀리지만 우리가 만난 ‘그 친구’는 중고차 시장이 그렇게 믿을 수 없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우리의 생각을 확인해 주기에 결코 부족하지 않았습니다.

언제나 속을 썩이는 자동차를 마음 놓고 거래하고 또 수리할 수 있다면 차에 대한 무지와 불신 때문에 우리들이 치르고 있는 많은 비용을 지불하지 않아도 될 텐데….

서울대 생활과학대 소비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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