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거래가 끊겨 희망하는 곳으로 이사를 가지 못하는 국민이 늘고 있고 미분양 물량이 급증해 중소 건설업체들이 연쇄부도를 맞고 있습니다.
더욱 걱정스러운 대목은 미분양 급증 사태가 갈수록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입니다. 분양경기가 침체돼 있는데도 건설업체들이 민간택지에 적용되는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분양물량을 일시에 쏟아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이달 전국에서 분양됐거나 분양될 물량은 10만8000여 채, 수도권에서만 6만여 채에 이르고 있습니다. 비수기인 12월에 엄청난 물량이 한꺼번에 공급되는 것에 대해 건설사 관계자들조차 혀를 내두를 정도이니까요.
미분양 악화 우려는 벌써부터 현실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수도권 신도시는 그동안 ‘분양 불패(不敗) 신화’를 자랑해 왔지만 최근 청약이 마감된 경기 파주신도시에서는 전체의 21.1%에 해당하는 아파트가 수요자에게 외면당했습니다.
부동산시장이 갈수록 혼미해지면서 아직까지 내년 주택사업계획조차 짜지 못한 건설업체가 10곳 중 7곳에 가까운 66%에 이르는 것으로 동아일보의 설문조사 결과 나타났습니다. 시장 불확실성 증폭과 분양시장 침체가 사업계획을 짜지 못한 주요 원인으로 꼽혔습니다.
▶본보 4일자 B1면 참조
건설업계의 내년 주택사업계획 부재는 공급부족으로 이어져 장기적으로 가격 상승을 초래할 수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습니다. 이런 악순환은 과거 부동산 시장에서 여러 차례 경험적으로 입증된 사실이기도 합니다.
이번 설문조사에 참여한 건설업체 50곳 가운데 1곳을 빼고는 모두 “현재 부동산시장이 비정상적으로 작동되고 있다”고 답변했습니다. 부동산시장 정상화를 위한 조치로는 ‘분양가 상한제 보완’과 ‘전매제한 완화’ 등을 꼽았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이윤을 추구하는 건설업체의 주장일 뿐”이라며 폄훼할 수도 있겠지만 건설업체들이 엄살을 피우는 것만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정부가 투기를 잡겠다며 양산한 온갖 규제가 부동산 시장이 아예 숨 막혀 죽어버리는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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