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 정직한 核 신고로 기회 놓치지 말아야

  • 입력 2007년 12월 9일 23시 13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게 친서까지 보내 북핵 문제 해결에 강한 의지를 보인 것은 고무적이다. 부시 대통령은 이 서한에서 북이 연말까지 ‘완전하고도 정확한’ 핵 신고를 해 달라고 촉구하면서, 북의 약속 이행으로 한반도가 비핵화하면 북-미 관계도 정상화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김 위원장은 이런 기회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

김 위원장을 ‘폭군’ ‘피그미’라고 했던 부시 대통령이 친서를 보낸 것만 해도 큰 변화다. 김 위원장을 대화의 상대로 인정하고, 함께 핵 문제를 풀어 보자는 뜻이기 때문이다. 백악관 대변인은 이례적으로 부시 대통령이 친서에 ‘친애하는 위원장께(Dear Mr. Chairman)’로 적었다고 밝히기까지 했다. 그렇다면 정직한 핵 신고로 화답하는 일만 남았다.

부시 대통령은 친서에서 핵탄두 수와 무기급 핵물질의 총량, 핵물질과 기술의 이전 여부 등 3대 장애물의 해결을 요구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당연한 요구다. 신고 대상 핵 프로그램에는 이들 장애물은 물론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과 시리아에 대한 핵 이전 여부까지도 포함되어야 한다. 그래야 핵 폐기 의지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정직하지 못한 신고는 모처럼의 기회를 날려 버릴 수도 있다. AFP통신은 미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부시 대통령이 친서까지 보낸 것은 “미국 내 보수 강경파와 북한의 강경파를 동시에 견제하는 데 있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김 위원장은 주저해서는 안 된다. 신고 대상을 은폐, 누락할 생각으로 시간을 끌다간 강경파의 입지만 굳혀 줘 북핵 폐기 압력은 가중되고, 대미 관계 정상화는 허사가 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친서에 대해 “부시와 김정일 사이의 냉전을 뛰어넘는 거대한 도약”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 말대로 되려면 김 위원장이 핵을 버리고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이 되겠다는 의사를 행동으로 보여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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