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준상 6단은 초반부터 이 9단의 신경을 계속 긁어왔다. 윤 6단은 우변에 큼직한 흑 집을 기꺼이 내주면서 침착하게 자신의 진영을 지켰다.
너무 침착한 상대의 대응에 이 9단은 불안한 마음이 싹트기 시작했다. 더 물러서면 불리해질 것 같은 느낌이 든 것. 바둑은 수 싸움이기도 하지만 심리 싸움이기도 하다.
이 9단은 두 집 손해를 볼 순 없다며 흑 75, 77로 가장 강력한 반발을 택했다. 이 수는 깊은 수읽기에서 나온 산물이 아니라 즉흥적인 반발 심리가 빚어낸 완착이었다.
백 78로 늘어둔 뒤 백 84까지 놓이자 백이 좀처럼 죽을 것 같지 않다. 이렇게 흑 진이 허무하게 파괴돼 백이 단연 유리한 형세가 됐다. 이게 끝은 아니었다. 곧이어 또 한 번의 심리 게임이 기다리고 있었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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