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 카페]첨단기술, 잘 지키는 것도 돈이다

  • 입력 2007년 12월 15일 03시 02분


中유출 매년 늘어 국내 산업 위협

R&D 비용, 보안 강화에도 써야

《현대자동차의 현직 직원들이 회사에서 수백억 원을 들여 개발한 자동변속기 도면을 중국 자동차회사에 팔아넘긴 사실이 드러나 다시 한 번 ‘기술보안’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 줬습니다. 특히 중국 회사는 현대차와 파트너십 계약을 하고 현지에서 상용차 사업을 담당하고 있어 충격을 줬습니다. 이 회사는 2004년 현대차와 계약했는데 1년여 만인 2005년 말 기술을 빼내 갔습니다.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힌 셈이죠.》

이에 앞서 5월에는 기아자동차의 한 간부가 자동차 핵심 조립기술을 중국으로 빼돌리려다 붙잡혔습니다.

중국은 산업이 급성장하는 과정에서 첨단기술에 대한 갈증을 느끼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기술을 빼내 가려는 것 같습니다.

올해 들어서 유난히 굵직한 기술 유출 사건이 많았습니다. 10월에는 포스코 전직 연구원들이 철강 제조의 핵심 신기술을 중국 경쟁사에 팔아넘긴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7월에는 대우조선해양의 퇴직 임원이 핵심 설계도면을 중국에 넘기려다 적발되기도 했습니다.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2003년 6건이었던 산업기술 유출 사건은 2004년 26건, 2005년 29건, 2006년 31건 등으로 해마다 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올해 4월에는 산업기밀유출방지법이 신설되기도 했습니다.

이번에 유출된 자동변속기 기술은 제품화하기 전에 적발됐다고는 하지만 이미 중국 회사가 도면을 손에 넣은 상황이어서 결국 한국 자동차 산업의 목을 죄어 오는 ‘올가미’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나마 중국 회사로부터 변속기 제조설비 생산을 의뢰받은 스위스 업체가 현대차에 이 같은 사실을 알려오지 않았다면 기술 유출 사실이 영원히 묻힐 뻔했습니다.

세계적으로 약진하고 있는 자동차와 철강, 최고 수준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반도체, 조선 등 지켜야 할 것들은 점차 많아지고 있습니다. 기업들이 보안시스템을 강화하지 않는다면 직원에 대한 정신교육만으로 공든 탑을 지키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연구개발(R&D)에 쓰는 비용의 일정 부분을 보안 강화에 돌려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합니다. 일종의 보험 개념이죠.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는 첨단기술 개발도 중요하지만 우리 것을 잘 지켜낼 때 가능할 것 같습니다.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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