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돋보기]미분양 해결, 수요 물꼬 터줘야

  • 입력 2007년 12월 15일 03시 11분


연말에 아파트 신규 분양 물량이 쏟아지는 가운데 지역에 따라 분양 성적이 크게 엇갈리는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현대건설이 인천 송도국제도시에서 분양한 힐스테이트는 12일 1순위 청약에서 일부 주택형이 132 대 1의 경쟁률을 보일 정도로 수요자가 많이 몰렸다. 개발 호재(好材)가 이어지는 데다 현재 공급되는 아파트 분양가도 주변 시세에 비해 싸기 때문에 수요가 많이 몰렸다.

반면 경기 파주 신도시에서 분양된 아파트들은 순위 내 청약에서 미달돼 선착순 접수에서 겨우 체면치레를 했다. 분양가는 주변 시세와 비슷한 반면 7∼10년간 전매제한을 받는 등 규제가 많기 때문이다. 수요자들의 관심이 떨어지는 건 당연해 보인다.

이런 청약 결과는 분양시장이 침체되면서 빚어지고 있는 ‘청약 양극화’를 그대로 반영한다. 분양가가 다소 비싸더라도 입지가 뛰어나거나 아니면 가격이 아주 싼 소수의 아파트에는 청약자가 줄을 서지만 그렇지 않은 아파트는 미분양으로 쌓이고 있는 것이다.

좋은 입지와 가격이 싼 아파트가 드물다 보니 신규 분양 물량의 상당량이 미분양되고 있다. 올해 9월 말 현재 전국 미분양 주택 수는 9만8000채 수준. 11월 말 기준으로 산정한다면 미분양 물량은 더 늘어날 게 분명하다.

미분양 급증 사태에 대해 이용섭 건설교통부 장관은 최근 “주택도 수요가 없는 곳에 지으면 안 팔려야 정상”이라며 미분양 사태의 책임이 업계에 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건설업체들이 수요가 적은 지방에 무리하게 사업을 벌인 게 미분양 급증의 원인이 됐다는 점에서 이 장관의 말에는 타당성이 있어 보인다. 하지만 현실을 모두 반영하지는 못한 것 같다.

현재 미분양 주택이 급증하고 있는 것은 공급 과잉 때문이라기보다는 주택 수요가 과도하게 억눌린 결과라고 전문가들을 지적한다.

정부는 투기적인 가(假)수요를 차단하기 위해 규제를 강화했다고 주장하지만 실수요자의 정상적인 주택 구매 수요를 막아 미분양을 늘렸다는 지적도 많다.

건설업계 책임만을 거론하며 미분양 사태를 수수방관할 일이 아니다. 지금이라도 수요의 물꼬를 터 줘 건설업체와 실수요자 모두를 살리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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