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살, 난자, 생매장, 불태워 죽이기 등 살해 수법도 잔혹하기 이를 데 없었다. 중국인이 이를 대도살(大屠殺)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70주년이 되는 이날 중국 중앙정부는 아무런 기념행사도 열지 않았다. 일본을 향한 반성이나 사과 요구는 더더욱 없었다.
살육 현장인 난징에서만 지방정부 주도로 조촐한 난징대학살 희생자 기념관 재개관식이 치러졌을 뿐이다.
쉬중린(許仲林) 장쑤(江蘇) 성 정치협상회의 주석은 기념사에서 “평화를 소중하게 여기고 미래를 열어 나가자”고 말했을 뿐 일본을 비난하는 어떤 발언도 하지 않았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이날 기고문을 통해 “이를 계기로 양국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 나가자”며 관계 개선을 역설했다.
반일 감정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중국 정부의 시도가 주효했는지 올해는 으레 있던 반일 시위가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일본의 한 학자는 이날도 “난징대학살 당시 사망자는 2만 명에 불과하며 30만 명은 과장된 것”이라고 중국 정부를 자극했지만 중국 정부는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일본의 태도가 이런데도 중국이 이처럼 고분고분한 것은 바로 경제적 이유 때문이다.
중국은 최근 에너지 절약과 환경 보호에 국가적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2006년부터 2010년까지 5년간 생산단위당 소비되는 에너지를 20% 줄이겠다는 게 중국 정부의 목표다. 이를 위해서는 오염 방지 기술이 뛰어나고 1달러의 국내총생산(GDP)을 생산하는 데 드는 에너지가 중국의 8.7%에 불과한 일본의 협력이 절실하다.
중국이 지난해부터 일본을 향해 ‘전략실험 외교’를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전략실험이란 역사, 영토 분쟁이 전혀 해결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먼저 일본에 화해의 손을 내미는 외교 전략을 말한다.
실리 앞에선 과거의 뼈아픈 역사도, 자존심도 잠시 제쳐 두는 중국. 중국의 이런 자세는 특히 일본에 대해선 내셔널리즘이 민감하게 촉발되는 한국으로서는 곰곰이 곱씹어 볼 대목이다.
하종대 베이징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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