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직전 대통합민주신당은 이 후보의 2000년 10월 17일 광운대 특강 동영상으로 검찰의 BBK 수사가 조작임이 명백하게 드러났다고 주장하며 검찰 수사에 대한 ‘청와대 책임론’을 꺼냈다. 그러자 노 대통령은 ‘국민적 의혹 해소와 검찰의 신뢰 회복’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막바지 대선 판에 ‘재수사 지시’라는 형태로 개입하고 나선 것이다.
노 대통령은 “국회의 BBK 특검법안 논의 상황을 보고 판단하라”고 단서를 달았지만, 광운대 특강 동영상을 구실로 이 후보의 BBK 연루 의혹을 증폭시키려는 의도를 표출한 것이 아닌가. 검찰은 “5만9990여 개의 파일을 뒤져 BBK가 ‘100% 김경준 1인 회사’라는 점을 밝혀냈다. 동영상도 이 후보가 다른 언론과 인터뷰한 내용과 큰 차이가 없다. 재수사할 계획이 없다”고 반박했다. 노 대통령은 그런 상황을 뻔히 알면서도 검찰 대신 ‘동영상의 손’을 들어 준 것이다. 검찰 안에서는 “봉변을 당한 느낌”이라는 말까지 나온다고 한다.
이 후보는 문제의 특강 바로 전날(2000년 10월 16일)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지난해 BBK를 설립한 김경준 사장을 영입했다”며 BBK가 김 씨 회사임을 밝혔다. 그러나 신당은 이 인터뷰까지도 BBK가 이 후보 회사라는 증거인양 왜곡했다. BBK의 실제 소유주가 누구냐는 문제는 인터뷰와 강의 내용만 보고 판단할 일도 아니다. BBK를 설립한 돈이 어디서 나오고 누가 실질적으로 경영했느냐가 핵심이다. 노 대통령이 광운대 특강 동영상만 보고 BBK 소유주가 뒤바뀐 것처럼 판단해 재수사를 지시한 것은 선거 중립에도 어긋난다.
신당과 이회창 후보 측의 행태도 해괴하다. 친구 사이인 공갈미수범들이 100억 원, 30억 원을 달라며 동영상을 사라고 협박하자 한나라당은 즉각 경찰에 신고했다. 그러나 신당과 이회창 후보 측 인사들은 오전 3시에 경찰서 유치장을 찾아가 공갈미수범과 흥정을 했다. 공갈미수범들은 이 자리에서 신변보호와 변론을 부탁한 후, 다른 직원을 통해 동영상 CD 원본을 건넸다고 한다. 김경준이라는 사기범만으로도 부족해 이젠 공갈미수범까지 동원한 셈이다. 거기에 현직 대통령까지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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