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하던 면접 날. A 씨는 네 명의 남자 지원자와 한조였다. 지원자 모두에게 1분의 자기소개 시간이 주어졌다. 나머지 45분 동안 A 씨는 단 하나의 질문도 받지 못했다. 면접이 끝나 갈 무렵에야 면접관이 말을 걸었다. “자기소개서 보니까 미국 갔다 왔던데, 영어로 말 좀 해 봐요. 아무 거나.”
A 씨는 치밀어 오르는 화와 터져 나오는 눈물을 참으며 증권회사의 장단점과 입사 후 포부를 밝혔다. 면접관은 A 씨의 대답에 별 반응이 없었다. 면접에서 떨어진 A 씨는 여자라서 불이익을 당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멈출 수 없다고 말했다.
백화점 최종 면접에서 떨어진 여학생 B 씨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B 씨를 포함한 세 명의 여자 지원자와 남자 지원자 두 명이 면접에 같이 들어갔다. 질문은 양 끝에 앉은 남자 지원자에게 몰렸다. B 씨 역시 면접에서 떨어졌다.
A 씨와 B 씨의 실력이 부족한 탓이라면 할 말은 없다. 그래도 억울함이 가시지 않는 건 충분한 발언 기회마저 갖지 못했기 때문이다. 면접은 직접 만나 보고 인품이나 언행 따위를 시험하는 과정이다. 얼굴과 차림새만 보고 인품과 언행을 평가할 수는 없다. 질문을 던지고 말을 시켜 봐야 가능한 일이다. 발언 기회 자체를 주지 않았다면 그 면접을 공정하다 할 수 있을까. 국가고시에서 여풍(女風)이 부는 등 알파걸 세상이 온 지가 언젠데 아직도 남녀차별 운운하며 투정이냐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취업 문턱 앞에서 대다수의 알파걸은 세상이 변하지 않았음을 실감한다. 알파걸이 칭찬은 받아도 합격증을 받기는 어려워서이다.
오늘도 취업에 실패한 알파걸은 실력이 모자란 탓이겠거니 하고 자기계발에 박차를 가한다. 자기소개서를 고치고 토익 점수를 올리고 콘텐츠를 채우기 위해 바쁘게 하루를 보낸다. 그런데도 안 되면 슬슬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여성 구직자는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다. 면접에서의 동등한 발언 기회, 공정하게 평가받는다는 느낌이 그들이 바라는 전부다.
강버들 이화여대 언론정보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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