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 서장훈(33·207cm). 그는 1990년대 중반 연세대 시절부터 자신이 가장 싫어하는 별명인 ‘골리앗’으로 불렸다. 거친 항의를 마다하지 않는 그가 공공의 적이라도 되는 듯 팬들은 그가 공만 잡으면 야유를 보냈고 그를 향해 돌팔매를 던지는 ‘다윗’들에게 일방적인 응원을 보냈다. 대학 시절에는 라이벌 고려대의 현주엽이, 프로에서는 김주성(동부)이 다윗이었다. 체격이 상대적으로 작은 현주엽과 김주성이 서장훈을 눌렀을 때는 뜨거운 찬사가 쏟아졌다.
올 시즌에는 삼성 이상민과 만날 때마다 서장훈은 도마에 올랐다. KCC가 그를 영입하면서 이상민을 내줬기 때문이다. 지난 주말 이상민이 이적 후 처음으로 KCC와의 전주 원정경기에 출전했을 때 서장훈은 마치 죄인이라도 된 듯 일부 극성팬에게서 욕설까지 들었다. 부상에도 출전을 강행해 승리를 이끈 이상민은 상대 팀이었는데 오히려 영웅이 됐다.
설상가상으로 서장훈은 올 시즌 전반적인 외국인 선수의 기량이 떨어지면서 국내 선수들의 집중 견제를 받고 있다. 까마득한 후배들의 파울에 가까운 집요한 수비에 온몸은 할퀸 상처에 혈관주사라도 맞은 듯 피멍으로 얼룩져 있다. 그런데도 심판의 휘슬은 좀처럼 나오지 않는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서장훈은 그 어느 때보다 힘겨운 시즌을 보내고 있다. KCC가 우승 후보로 꼽히기에 부담감은 더욱 크다. 최근에는 2위까지 오르며 상승세를 달리다 3연패에 빠져 발걸음이 무겁다.
“저도 이젠 예전 같지 않아요. 마음의 병이라도 생길 것 같아요. 저에 대한 시각도 좀 달라지고 여유 있게 봐주셨으면 좋겠네요.”
서장훈에게 이번 연말은 유난히 춥게 느껴질지 모르겠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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