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무성은 내년부터 외상을 비롯해 카메라 앞에 설 일이 있는 간부들 전체를 대상으로 ‘미디어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도입하기로 했다. 모의 기자회견을 통해 전문 트레이너가 짧은 시간에 핵심을 설명하는 비결, 화술, 옷차림 등을 지도하는 방식이다.
소속 간부나 직원들이 아닌 일반 기업을 대상으로 한다는 차이점은 있지만 경제산업성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일본 언론은 전한다. 경제산업성이 내년 기업 30만 곳에 배포할 예정인 ‘소비생활용품 리콜 핸드북’은 리콜 사태가 발생했을 때 기업이 취해야 할 홍보 대책을 설명하는 데 상당한 비중을 두고 있다.
핸드북은 ‘긴급 기자회견의 기본자세’라는 항목에서 경영자들이 사과 회견을 귀찮고 번거로운 일로 생각하지 말고 ‘피해자에 대한 사죄, 신뢰관계의 유지 및 회복을 위한 기회의 장’으로 여기도록 적극적인 사고를 하라고 지도하고 있다.
민간 기업들은 관청가보다 훨씬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대형 홍보전문업체인 프랩저팬이 운영하고 있는 ‘미디어 트레이닝’에는 지난해 9월 이후 1년간 약 160개 기업과 단체 등이 참가해 이 업체의 매출액이 전년에 비해 3배가량 늘었다.
기업의 수요가 늘어나자 또 다른 한 PR 전문 업체는 ‘좋은 기자회견, 나쁜 기자회견’이라는 DVD까지 판매하고 있다.
이 DVD는 ‘사과의 의미로 고개를 숙일 때는 책상에 손을 짚지 마라’와 같은 사소한 몸짓에서부터 넥타이 색깔, 기자회견장에 놓을 책상의 종류에 이르기까지 세세히 조언한다.
이 같은 조언은 기자에게 잘 보이기 위해 옷차림과 표정 하나하나에 신경 쓰라는 것이 아니다. 일본의 미디어 트레이너들은 “(눈에 안 보이지만) 기자의 등 뒤에는 수많은 국민과 소비자가 있다는 사실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한국 현 정권도 홍보에 들인 노력만 따지면 일본의 민관에 결코 뒤지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입만 열면 “일은 잘했는데 홍보가 안 됐다”고 자탄하는 처지가 된 원인은 무엇일까.
언론에 대한 소송 남발과 기자실 폐쇄가 국민의 입을 틀어막고 눈과 귀에 ‘대못질’ 하는 행동이라는 인식이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기야 “일은 잘했는데”라는 주장에 동의할 국민도 거의 없겠지만.
천광암 도쿄 특파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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