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부동산시장, 활성화와 과열 사이 안전판 있어야

  • 입력 2007년 12월 26일 02시 58분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부동산 규제 완화 공약에 대한 기대감으로 일부 집값이 꿈틀거리고 있다고 한다. 서울 강남의 일부 재건축 단지는 도심용적률을 올려 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돼 호가가 오르고 매물도 줄었다는 소식이 들린다. 경매시장의 수도권 주거용 부동산 낙찰가율도 껑충 뛰었고, 분양가가 6억 원 이상이어서 종합부동산세 대상인 아파트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한국은행의 ‘4분기 소비자 동향’에서도 부동산 투자 심리가 조금씩 회복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무현 정부의 각종 규제와 ‘세금폭탄’으로 빈사 상태에 빠진 부동산시장을 되살리기 위해 이 당선자가 종부세 등 과잉 규제를 완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은 옳다. 그러나 투기 심리가 먼저 확산돼 집값 폭등이 우려된다면 부동산시장 활성화 노력에 좀 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허재완 중앙대 교수도 오늘 열릴 한국경제학회 정책포럼을 앞두고 배포한 원고를 통해 “재건축 규제 완화 등에 대한 기대감으로 새 정부 초기에 부동산 가격이 폭등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개발이익 환수제도 등으로 투기를 억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투기가 재연되면 경제 살리기가 어려워진다.

이 당선자 주변에서도 이런 점을 걱정하고 있는 듯하다. 이한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정책 타이밍을 잘 맞출 필요가 있다”고 했고 선대위 정책기획팀장을 지낸 곽승준 고려대 교수도 부동산 금융 규제 손질과 관련해 “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데도 투기바람이 되살아난다면 큰일이다. 이 의장은 “(앞으로) 부동산 투기는 어림도 없다”고 했지만 이런 말만으로 투기를 막기는 ‘어림도 없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매번 장담하다가 줄줄이 실패한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산 증거다. 치밀한 정책 조합으로 시장을 관리해야 한다. 국민에게 관련 정책을 설명하거나 예고할 때도 믿음을 줄 수 있어야 한다.

‘한반도 대운하’ 공약만 해도 사업 타당성과는 별개로 추진 과정에서 투기를 부채질하지 않을지 우려하는 국민이 적지 않다. 이런 부작용을 차단하면서 공약과 정책을 추진해야 ‘아마추어 정부’와 차별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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