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두 달 남은 盧정부 ‘失政 대못질’ 자제하라

  • 입력 2007년 12월 26일 02시 58분


임기가 두 달밖에 안 남은 노무현 정부가 각종 남북회담과 혁신도시 기공식 등에서 조급하게 마지막 대못질을 하기에 바쁘다. “다음 정부가 멋대로 고치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한 노 대통령의 말 그대로다. 물론 내년 2월 25일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취임할 때까지는 노 대통령의 임기다. 그러나 19일 대선에서 나타난 민의(民意)를 겸허히 받드는 것이 임기 마무리의 정도(正道)다.

노 정부의 국정 노선을 총체적으로 거부한 것이 대선 표심(票心)이다. 그렇다면 현 정부는 자신들의 정책을 오기(傲氣)로 밀어붙일 게 아니라, 차기 정부가 정책 수정의 추가 비용을 덜 치르도록 ‘대못질’에 신중해야 옳다. 차기 정부를 골탕 먹이기라도 하려는 듯이 일을 더 저질러 국민 부담만 키운다면 정말로 용인받기 어렵다.

10·4 남북정상선언의 후속 합의를 위한 남북 간 회담과 접촉이 여러 차례 있었지만 실질적 성과는 거의 없다. 서해의 공동어로수역과 평화협력지대 설정만 해도 국방장관회담과 장성급회담, 군사실무회담 등 6차례의 회담이 열렸으나 서해 북방한계선(NLL) 문제 때문에 원점을 맴돌고 있다. 어제부터 부산에서 남북 조선 및 해운협력 분과위원회가 열리고 있고 28일부터는 서해평화협력지대 추진위원회가 개성에서 열리지만 전망은 역시 어둡다. 설령 합의가 이뤄진다고 해도 차기 정부에 큰 부담을 안기게 될 우려가 높은 것이 대부분이다.

남북 정상 합의는 차기 정부도 기본적으로 존중해야 한다. 하지만 이 당선자는 상호주의를 중시하며 북핵 우선 해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는 노 정부의 일방적 대북(對北) 포용정책을 심판한 대선 민심이기도 하다. 대북정책 수정이 불가피하다. 그런데도 노 정부가 대못질만 한다면 차기 정부뿐 아니라 결국 국민이 힘들어진다.

혁신도시도 마찬가지다. 노 정부는 대선 직전 제주 경북 경남 광주 전남지역 혁신도시 기공식에 이어 오늘 울산에서 기공식을 강행한다. 대구 충북 강원 등에서도 새 정부 출범 전에 기공식을 갖겠다고 한다. 차기 정부의 재검토를 원천 봉쇄하겠다는 의도가 분명하다. 제발 무리하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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