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리그 출범 후 감독이 시즌 중간에 물러난 10차례 가운데 12월∼이듬해 1월에 8차례나 일어났다. 이 시기는 정규시즌의 반환점이 눈앞에 있어 가라앉은 분위기를 되살리기 위한 적기로 꼽히지만 감독 교체의 극약 처방이 제대로 약효를 낸 적은 거의 없다.
미국프로농구 역시 마찬가지다. 올 시즌에는 시카고 불스의 스콧 스카일스 감독이 25일 전격적으로 해고 통보를 받았다. 최근 3시즌 연속 플레이오프에 올랐어도 이번 시즌 9승 16패로 하위권에 처져 있는 데 대한 문책성 조치였다. 시카고 구단은 내년 시즌까지 700만 달러나 되는 잔여 연봉을 스카일스 감독에게 지급해야 하는데도 전격적으로 보따리를 싸게 했다.
국내로 눈을 돌려 보자.
최근 이충희 오리온스 감독을 둘러싼 논쟁이 인터넷 공간을 비롯해 농구장 안팎에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7년 만에 복귀한 이 감독은 외국인 선수들이 부상으로 연이어 교체되고, 간판스타 김승현마저 허리 디스크로 고작 1경기만을 뛴 채 ‘개점휴업’ 상태라 최하위로 처졌다. 당초 속공과 공격 농구를 지향하던 오리온스는 ‘부상병동’이 되면서 팀 컬러마저 실종된 상황이다.
문제는 이 감독에게만 모든 책임을 묻는 듯한 목소리가 나온다는 것. 구단 내부에서는 벌써부터 이 감독의 거취를 논의하고 있다는 소문까지 돈다. 이 감독과 3년 계약을 했지만 성적에 따른 옵션이 있어 구단이 언제든 ‘칼날’을 휘두를 수 있다는 그럴싸한 설명까지 곁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다른 팀 지도자들은 “천하의 명장이 아니라 그 할아버지라도 현재 오리온스에서는 어쩔 수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오리온스 최고참 김병철 역시 “감독님과 선수들이 잘해 보자며 머리를 짜내고 있지만 부상자가 쏟아지다 보니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기분으로 코트에 나선다”고 답답해했다.
사면초가 속에서 우울하게 새해를 맞는 오리온스. 비난의 화살보다는 따뜻한 응원이 절실한 시점이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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