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호 칼럼]2007년이 선물해 준 기쁜 소식들

  • 입력 2007년 12월 26일 22시 22분


또 한 해가 저물어 간다. 나이를 먹으면서 궂은일은 쉽게 잊어버리고 좋은 일만 생각 속에 떠올려 보는 버릇이 생겼다. 자기 연민의 심리적 기제인가…. 매우 편리하고 고마운 기억력 감퇴 현상이라 여기고 있다.

올 한 해엔 어떤 좋은 일이 있었는가. 달리 생각할 사람도 물론 있겠지만 나는 연말 대선의 결과를 첫째로 꼽고 싶다. 거듭된 국가원수의 망언, 폭언 등 밖에서 보면 한국 현대사의 그저 한 희화(戱畵)였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안에서 겪는 사람에겐 무척이나 부당하고 불안했던 정권에 대해 12·19의 선택은 그의 퇴로를 마련해 놓았다. 이에 대해선 많은 사람이 많은 얘기를 하고 있으니 나는 그냥 넘어가겠다.

그보다 세상엔 별로 알려지지 않았으나 내게 큰 감동을 안겨 준 올봄 소식을 순서도 앞서니 먼저 적어야겠다. 서울대는 2007년 봄부터 전교생 대상으로 ‘고은(高銀)의 지평선’이란 강의를 개설했다. 우리나라 최고 명문 대학에서 중학교 4학년 중퇴의 학력밖에 없는 시인에게 독일 대학에선 당대의 석학을 초빙해 개설하는 교양강좌(studium generale)를 맡겼다는 것은 매우 파격적인 소식이다. 온 나라가 예나 지금이나 꽉 막힌 학벌주의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현실에서 학벌 없는 시인을 대학 강단에 초빙한 파격성은 신선하다. 나는 서울대가 사람 보는 눈이 밝음을 확인할 수 있어 기뻤다.

학벌없는 고은 시인, 서울대 출강

시인 고은이 누구인가. 재작년 한국을 주빈으로 초청한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이 개막한 다음 날 현지의 진보적 일간지 ‘프랑크푸르트 룬트샤우’는 1면에 고은의 시 ‘1인칭은 슬프다’를 한글 원문 그대로 대문짝만 하게 실어 독자에게 선물한 일도 있었다. 내년 2월에는 피카소의 고향 스페인의 말라가 시청 광장에 고은의 시비를 세운다는 소식이 들린다.

노벨상을 탄 일본 작가 오에 겐자부로가 가장 높이 평가한 현대 일본의 대표적 시인과 작곡가 다니카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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