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명박 특검법’ 수용 무책임하다

  • 입력 2007년 12월 26일 22시 55분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BBK 연루 의혹을 규명한다는 명분의 ‘이명박 특검법’이 어제 국무회의에서 원안대로 의결됐다. 한나라당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촉구했지만 노 대통령은 “국민적 의혹 해소와 검찰의 신뢰 회복을 위해 필요하다”면서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대통령 당선자가 특검의 조사를 받는 희한한 상황이 벌어질 판이 됐다.

노 대통령은 이 당선자가 후보 시절 수용 의사를 밝혔고, 국회에서 다수결로 통과됐다는 점을 거론했다. 형식 논리상으로는 틀린 말이 아니다. 하지만 이명박 특검법은 대통합민주신당이 대선과 내년 4월 총선을 염두에 두고 정략적인 의도에서 무리하게 밀어붙인 법률이다. 정부가 법리를 제대로 따져 봤다면 노 대통령도 이 법의 위헌 소지를 몰랐다고 보기 어렵다.

대한변협이 14개 지방변호사회에 의견을 물은 결과 회신한 7개 지회 가운데 수원 지회만 유일하게 이명박 특검법에 지지를 표명했고 서울 등 6개 지회는 명시적으로 반대 의견을 밝혔다고 한다. 변협은 앞서 자체적으로 이 법의 문제점을 지적한 바도 있다.

법조인들이 꼽는 주된 문제점은 특정 사건이 아닌 특정인을 수사 표적으로 삼았고 재판기관의 장인 대법원장에게 특검 추천권을 부여한 점이다. 참고인 동행명령제는 위헌 소지가 있다.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정치적 공방과 법적 다툼이 확산될 텐데도 노 대통령이 그대로 수용한 것은 특검법에 여전히 집착하는 신당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검이 진행돼 이 당선자가 취임 전에 기소되는 사태가 발생하더라도 대통령 임기 중에는 재판이 중단되기 때문에 그야말로 총선용 특검밖에 되지 않는다. 검찰이 자신하듯이 검찰 수사결과가 바뀔 가능성도 적다. 이런 특검을 통해 ‘미래로 가자’는 민심을 되돌리려 하는 것은 딱하고 어리석은 일이다. 신당이 정치적으로 이 문제를 푸는 것이 신(新)여야가 윈윈하는 길이라고 우리는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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