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제51기 국수전…발톱을 감추다

흑 ○가 급소이긴 하지만 좀 일렀다는 평가도 있었다. 백 66, 68로 뛰어나가는 자세가 훌륭해 급소를 찌른 효과가 크지 않았다는 것.

백 70은 두터운 수. 하지만 검토실의 서봉수 9단은 참고도 백 1로 즉시 흑의 약점을 찔렀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백 17까지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난전. 흑이 양분돼 백이 상대적으로 편해 보인다는 것이다.

과거의 이세돌 9단 같으면 백 70 대신 참고도 백 1을 결행했을 가능성이 높다. ‘난전의 대가’인 그가 싸움을 마다할 리가 없다. 그러나 그는 이제 발톱을 쉽사리 드러내지 않는다. 오랜 경험상 섣불리 싸움을 거는 것이 얼마나 피곤한 일인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최고의 사냥꾼은 아무 때나 본색을 드러내지 않고 먹잇감의 목덜미를 한 번에 물 찬스에서 온 힘을 집중시킨다. 이 9단도 결정적 한방을 위해 힘을 아껴두는 것이다. 이 9단의 바둑이 서서히 변하고 있다는 점을 백 70의 사례에서 볼 수 있다.

이 9단은 백 70의 두터움을 바탕으로 서서히 흑을 몰아간다. 백 80으로 흑을 끊자 흑도 81로 버텨 치열한 몸싸움이 시작됐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